손흥민 영어만 "소리침" 자막…아마존, 인종차별 논란

입력
2020.09.13 16:48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토트넘 다큐 예고편 논란
프랑스인 요리스 자막은 제대로…항의 댓글 빗발

해외 미디어가 한국 출신 선수로 영국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동하는 손흥민을 두고 인종차별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영상 속 쌍방이 언성을 높여 다투는 장면에서 손흥민 발언만 영어 자막이 '샤우팅(소리치는 중·Shouting)'으로 나간 것이 문제가 됐다.

13일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2019, 2020시즌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 '모 아니면 도 : 토트넘 홋스퍼' 예고편을 공개했다.

14일 공개 예정인 7~9편의 예고편에는 에버턴과의 홈 경기 전반전을 마치고 손흥민이 주장인 프랑스 출신 골키퍼 위고 요리스와 경기 말 수비 가담 문제를 두고 라커룸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다소 격정적으로 다투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 영상에서 손흥민은 라커룸에 들어서며 "요리스가 몰라서 그렇다, 나는 내내 뛰었다"라고 말한다. 요리스는 손흥민과 다른 선수들을 겨냥해 "1분 더 남아있는 상황에 거의 실점할 뻔 했는데 좀 뛰어라"며 "나를 존중하라"고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손흥민은 "우리가 뭘 더 해야하느냐, 존중한다"며 "당신이 항상 그러라고 말하니까 늘 뛰었다"고 반박했고, 요리스는 "뛰라고, 팀을 위해서 뛰라고"라며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 한다. 이후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 다툼에 대해 선수들에게 조언하면서 마무리 된다.

문제는 손흥민과 요리스가 충돌하는 이 상황에 손흥민의 발언은 전부 '샤우팅'으로만 표현됐다는 점에서 제기됐다. 한국인인 손흥민과 프랑스인 요리스가 둘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언쟁을 벌이는데 손흥민의 말만 영어 자막을 제대로 삽입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영상 초반 손흥민을 다독이는 세르주 오리에가 불어로 이야기한 것마저도 영어자막이 들어간 터라 의도적으로 차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동양인은 영어를 잘 못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비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스포츠 유튜브 채널 영상에 축구팬들은 "아시아 인종 차별주의에 대한 가장 좋은 예 중 하나, 아마존이 끔찍한 인종 차별주의자 집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Y****), "아마존이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일부 댓글을 삭제하고 있는데 정말 역겹다"(S****) 등의 항의 댓글을 달고 있다.

일부는 손흥민의 발언을 받아쓰기도 하고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데도 영어로 말한 걸 자막으로 달지 않은 것이 어떻게 인종차별이 아니냐"(so****), "그냥 샤우팅이라고? 아마존이 그냥 인종차별주의자인 것"(wi****), "우리는 언쟁하는 두 축구 선수와 한 인종차별주의자를 보고 있다"(as****)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같은 맥락에서 해외 축구계의 동양 선수에 대한 인종차별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스페인 유력 매체 '아스'는 12일(현지시간) 라리가 유망주 8명을 다룬 캐리커처 표지에서 발렌시아의 이강인과 비야레알의 일본 출신 구보 다케후사 선수만 눈이 찢어진 것으로 묘사해 동양인 비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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