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를 둘러싼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민심 이반의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나란히 곤두박질쳤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추 장관 이슈 주목도가 낮아진데다, 장관 부부가 핵심 인물로 등장하고 재산ㆍ입시 등 여러 비리 의혹이 얽혀 있었던 조국 사태보다는 파급력이 크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민주당이 추 장관에 대한 엄호 수위를 높이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도 이번 의혹이 ‘제2의 조국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갤럽이 추 장관 아들을 둘러싼 군 복무 특혜 의혹이 불거진 후인 지난 8~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포인트 오른 46%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45%였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8월 2주차 때 39%(부정 평가 53%)로 역대 최저치까지 추락했다가 ‘광화문 집회’ 사태로 반등, 4주 연속 40%대 중반대를 기록 중이다. 8~10일 실시 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39%, 국민의힘 19%였다. 8월 2주차 때 양당 지지율(민주당 33%, 국민의힘 27%) 격차가 오차범위(±3.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크게 벌어진 셈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13일 “추 장관 의혹을 ‘제2의 조국사태’라 표현하나, 여론에 미치는 파급력은 그때만큼 크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지난해 8, 9월에는 조국 사태가 모든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지금은 다르다. 수도권의 ‘준(準)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와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슈가 최우선 관심사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지금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건 코로나19와 경제다. 추 장관 의혹은 그 다음 문제”라고 했다. 실제 4ㆍ15 총선 직전에도 코로나19 이슈는 민생 경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각종 이슈를 빨아들이는 ‘선거 블랙홀’로 작용했다.
또 추 장관과 조 전 장관의 ‘정치적 무게감’이 다르다는 점도 언급된다.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된 조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서 권력기관 개혁에 앞장섰고 적폐 청산을 진두지휘 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고,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됐다. 조국 사태 당시 대한민국이 조 전 장관의 퇴진과 검찰개혁을 각각 촉구하는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로 쪼개질 정도였다. 반면 추 장관은 ‘팬덤’ 세력이나, 정치적 상징성을 갖고 있지 않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이슈의 파급력은 인물의 무게와 정비례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조국 사태와 비교해 이슈 자체의 파급력도 약하다는 평가다. 조국 사태 당시엔 사모펀드, 사학비리, 자녀 입시 비리 등 조 전 장관 일가를 둘러싼 전방위적 의혹이 제기됐다. 반면 지금은 추 장관 아들 병역 문제라는 단일 전선이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병역 문제라 남녀가 느끼는 온도 차가 있다. 젊은 남성 사이에선 부정적 여론이 감지되는 반면 여성은 변화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의혹이 쏟아지고 검찰이 전방위적 압수수색을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의혹의 상당수가 과장됐다는 게 드러났다”며 “사실관계를 따져본 후 최종 판단을 내리자는 ‘조국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민주당은 내부적으로 “조국과 추미애는 다르다”고 판단한 후,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공세 태세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이 같은 태도가 오히려 여론을 자극하며 이슈의 파급력을 키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은 추 장관 아들 의혹에 대해 '공정하냐, 내로남불 아니냐' 등 ‘정서’의 문제로 접근하는데 민주당은 '위법은 없다'며 엉뚱한 대답을 내놓으며 오히려 일을 키우고 있다”며 “진솔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