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의 길' 걷기 시작한 '라이프치히 11번' 황희찬

입력
2020.09.13 15:46
22면
라이프치히 이적 후 첫 경기서 1골 1도움


한국 축구와 독일 분데스리가 레전드 차범근(67)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길을 따르고 있는 황희찬(24ㆍ라이프치히)이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선발로 나선 팀의 시즌 첫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독일어로 “좋은 출발(Ein guter start)”이라고 남기면서 자신감을 전했다.

오스트리아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맹활약 한 뒤 이번 시즌부터 라이프치히 유니폼을 입게 된 황희찬이 독일 무대에서의 성공시대를 예고했다. 황희찬은 12일 독일 뉘른베르크의 막스-모르로크-슈타디온에서 열린 2부 리그 팀 뉘른베르크와의 2020~21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64강) 원정 경기에서 후반 45분 3-0 승리를 매듭짓는 쐐기 골을 터뜨렸다. 앞서 후반 22분 유수프 포울센(26)의 추가 골을 도운 그는 이적 후 첫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율리안 나겔스만(33)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날 경기 시작 3분 만에 터진 아마두 하이다라(22)의 첫 골에 관여하며 팀에 완전히 녹아 든 모습을 보인 황희찬은 후반 22분 에밀 포르스베리(29)의 침투 패스를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받아 뒤편에 자리 잡은 포울센에게 정확하게 연결해 추가 골을 도왔다. 황희찬은 골을 돕는 데 만족하지 않고 후반 45분 라이프치히 데뷔 골을 가동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완성했다.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포르스베리의 슛이 크리스티안 마테니아(28)에게 막힐 때 골대 쪽으로 들어가던 포울센이 상대 선수들과의 경합을 이겨내며 공을 뒤로 흘려줬고, 페널티 박스 내 오른쪽에 위치해 있던 황희찬은 강력한 왼발 슛으로 득점을 뽑아냈다. 라이프치히는 황희찬의 활약을 앞세워 뉘른베르크를 3-0으로 제압하고 포칼 2라운드에 진출했다.

분데스리가 2부 함부르크에 임대됐던 2018년 12월 정규리그 경기에서 잉골슈타트를 상대로 결승 골을 넣은 뒤 약 1년 9개월 만에 독일 무대에서 골 맛을 본 황희찬은 이제 분데스리가 1부 무대를 정조준 한다. 라이프치히는 20일 오후 10시 30분 레드불 아레나로 마인츠를 불러들여 2020~21시즌 분데스리가 1라운드를 치른다.

국내는 물론 독일 현지에서도 황희찬이 ‘차붐’ 차범근의 길을 따를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양쪽 발을 모두 사용하고, 저돌적인 돌파를 주무기로 삼는 황희찬의 스타일이 과거 분데스리가를 호령했던 차범근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황희찬의 등번호(11번)도 과거 차범근이 레버쿠젠 시절 부여 받은 번호다. 차범근 전 감독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다름슈타트와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바이엘 레버쿠젠 등을 거치면서 총 308경기에 출전해 98골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황희찬은 지난달 4일 라이프치히 입단 기자회견에서 “나는 많이 뛰는 공격수”라며 “나도 한국의 레전드인 차범근 감독님과 같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김형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