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전염병과 싸우자" 라이베리아, 국가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20.09.13 10:15
'성폭행 증가' 항의 시위 터지자 비상사태 선포 
특별 검사제 도입·성범죄자 등록소 설치 예정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가 최근 성폭행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 몬로비아에서 성폭행 증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한 뒤 조지 웨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로운 대책을 지시했다.

웨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성폭행 사건을 전담할 특별 검사를 도입하고, 국가적인 성범죄자 등록소를 설치할 것이라 밝혔다. 또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 문제를 다룰 '국가안전 태스크포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라이베리아는 오래 전부터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로 우려를 빚어왔다. 2016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450만명의 라이베리아에서 2015년 803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2%뿐이었다. 유엔은 1989년부터 2003년까지 지속된 내전과 낮은 처벌 등으로 성폭력 문제가 심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마거릿 테일러 라이베리아 여성지위향상네트워크 국장은 올해 들어 6~8월 600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는 등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5월(80~100건)보다도 500건 가량 증가한 수치다.

한편 새로운 대책은 최근 몬로비아에서 성폭력 해결에 관한 회의가 진행된 이후 발표됐다. 이 자리에서 웨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는 사이 성폭행 전염병도 확산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는 전국의 대부분 어린이와 소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웨아 대통령은 이후 추가적인 성폭행 방지 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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