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가을에도 식중독 관리 철저히… 9월에 20%나 발생

입력
2020.09.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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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성 충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면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과 의료기관은 긴밀한 방역체계를 구축해 감염 유입과 확산을 막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면서 방역에 힘쓰는 이유는 의료 시스템이 망가지지 않아야 환자들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감염병 관리 정책도 마찬가지다. 요즘 모든 관심이 코로나19에 집중되기는 하지만, 감염병으로부터 온전히 국민을 보호하려면 다른 감염병 관리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이 가운데 물이나 음식을 매개로 발생하는 식중독에 의한 사망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갑자기 많은 환자가 발생할 수 있기에 신속한 역학조사로 감염경로를 확인해 확산을 초기에 차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과거에 비해 위생 상태가 좋아지고 코로나19로 인한 개인위생 수칙이 강화되면서 식중독 환자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무더위가 한결 가시었다고 해서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2019년 5년간 식중독 발생 환자를 월별로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환자의 28%가 여름철(7~8월)에 발생했지만 가을철인 9월에도 20%나 생겼다. 9월이라고 해서 결코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준다.

지난 6월 경기 안산시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건은 급식과 관련된 식중독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건으로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했고, 일부 어린이는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의 합병증인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악화하기도 했다.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건강한 성인이면 대부분 후유증 없이 회복되지만 어린이는 쉽게 탈수로 진행되고 일부에서는 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어린이 식중독 환자는 장 점막이 손상되고 소화 흡수 기능이 약해져 음식을 먹으면 설사가 악화할 수 있다.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고, 의사 처방 없이는 함부로 지사제나 항구토제를 먹이지 말아야 한다. 설사가 잦아들면 미음이나 흰죽과 같이 기름기가 없는 음식을 조금씩 먹이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들은 동물 내장이나 토양 속 등 환경에 널리 존재해 원천적으로 오염원을 없애기 어렵다. 고기ㆍ채소 등 식재료 취급, 유통, 조리과정에서 제거하지 못한 균들이 일부 남아 있다가 온도나 시간 조건이 맞으면 증식해 감염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급식소에서는 조리 시설ㆍ기구 등은 철저히 세척ㆍ소독한 뒤 사용하고 설사 증세가 있는 종사자는 절대로 조리에 참여하거나 음식물을 취급해서는 안 된다. 조리된 음식은 가급적 빨리 섭취하고 교차 오염 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식중독 예방을 위해 정부의 정책적 대안 마련이나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식약처는 전국 시ㆍ군ㆍ구에 ‘어린이 급식관리지원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소규모 어린이집이라도 영양ㆍ위생 관리 지원을 빠짐없이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는 등 어린이 급식의 안전 관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내년에는 어린이 급식 안전보장과 식중독 예방 관리 체계를 제고하기 위한 689억원의 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산시 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건 같은 식중독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정부는 식중독 원인을 신속히 규명하기 위한 연구뿐만 아니라 장비 확충 등의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당장 코로나19 방역도 중요하지만 식중독 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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