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은 한 번 정부의 돈에 맛을 들이면 거기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통신비 2만 원 지원' 정책을 비판한 것을 두고 같은 당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이런 인식으로 '국민의 힘'을 말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1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위원장의 관련 발언을 언급하면서 "이틀 동안 생각해 봤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너무나 충격적"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국민이 기생충인가. 우리 국민을 정부의 돈맛에나 길들여 지는 천민(賤民)으로 취급하면서 어떻게 정치라는 것을 할 수 있는가"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권력자는 국민을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착오적 인식이자 지극히 권위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은 적선이나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가의 주인이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길들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권력자를 길들이고, 끌어내릴 수도 있는 권력의 원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돈맛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정부가 보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일 김 위원장을 향해 '1인 지배정당' '속 좁은 리더십'이라고 날을 세웠던 장 의원은 이날도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나는 가르치는 선생이고, 국민은 나의 교육을 받는 우매한 학생으로 생각하는 훈장(訓長) 같은 모습"이라고 비판을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당 운영 또한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 온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관련 발언의 파장이 커지기 전에 수습에 나서야한다는 것이 장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김 위원장께서는 국민들께 발언의 진의를 소상히 설명하고, 정중하게 이해를 구하고 빠른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면서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