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가 ‘열일’해서 생기는 병…‘골수섬유증’

입력
2020.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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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피로감, 야간 발한, 가려움증, 체중 감소 나타나


골수가 갑자기 활발히 활동하면서 적혈구ㆍ백혈구ㆍ혈소판 등을 과다하게 생성하는 병을 ‘골수증식종양(Myeloproliferative neoplasm)’이라고 부른다. 골수증식종양 가운데 ‘골수섬유증(myelofibrosis)’은 특히 생명을 위협하는 희소 혈액암이다. 골수섬유증은 진단과 치료 시기에 따라 생존 기간이 크게 달라지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지난 10일(9월 둘째 주 목요일)이 ‘골수증식종양 인식의 날’이었다.

골수섬유증을 앓으면 심한 피로감ㆍ발열ㆍ집중력 저하ㆍ뼈 통증ㆍ체중 감소ㆍ복부 불편감 등을 느끼게 된다. 조기 포만감ㆍ활동성 저하ㆍ가려움증ㆍ야간 발한 등도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은 일상생활을 하다가 흔히 나타날 수 있기에 골수섬유증이어도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이다.

골수 섬유화는 혈액 세포 내 신호전달 체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생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골수 섬유화가 되면 혈액 생성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액 생성의 보조를 하는 비장과 간에서 혈액세포가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골수섬유증이 악화되면 비장비대증ㆍ간비대증 같은 합병증이 생긴다. 비장 비대의 경우 통증ㆍ이른 포만감ㆍ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골수섬유증은 진단 후 예후 인자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저위험군ㆍ중간위험군-1ㆍ중간위험군-2ㆍ고위험군 등 4단계로 분류한다. 골수섬유증 위험군을 분류하는 예후 인자로는 △65세 이상 △백혈구 수(25x109/L 이상) △말초혈액 아세포(1% 이상) △헤모글로빈(10 g/dL 이하) △전신 증상(야간 발한ㆍ열ㆍ체중 감소) 등이다. 예후 인자가 전혀 없으면 저위험군, 1개 있으면 중간위험군-1, 2개 있으면 중간위험군-2, 3개 이상이면 고위험군이다.

골수섬유증에 걸리면 평균 생존 기간은 6년도 되지 않는다. 평균 생존 기간이 중간위험군-2 이상이라면 2~4년으로 줄어든다. 특히 고위험군이면 27개월에 불과해 동종조혈모세포 이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고위험군 환자가 이식이 불가능해 증상을 줄이는 치료에 그치고 있다.

골수섬유증은 진행성이므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실제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나 유럽종양학회(ESMO)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암 관련 가이드라인에서는 저위험군이나 중간위험군-1 환자에서도 증상이나 비장 비대가 있으면 약물 치료 등 적극적인 조기 치료를 강조한다.

최철원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증상이 있어도 골수섬유증을 제때 진단받지 못하거나, 65세 이상일 때를 예후 인자로 설정하는 현행 기준의 한계로 65세가 되지 않은 환자는 진단 즉시 치료제를 사용하지 못해 치료를 제때 하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최 교수는 “골수섬유증은 진행성 질환이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합병증으로 병이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효과적인 약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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