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수백억원 빼돌린 무자본 기업사냥꾼 징역 12년

입력
2020.09.11 18:32


무자본으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기업사냥꾼 일당들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실소유주였던 한모(50)씨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전 경영진 김모(61)씨는 징역 8년, 이모씨(51)씨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한씨 등은 2017년 7월 주식담보 대출과 사채 등으로 583억원을 끌어모아 A사의 지분 42.98%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삿돈 수백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씨와 이씨는 회삿돈 384억원 상당을 한씨가 실제 소유한 페이퍼컴퍼니 B사 등에 대여하거나 투자해 A사에 손해를 끼쳤다. B사는 자회사를 통해 라임자사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회장이 소유했던 스타모빌리티(전 인터불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한씨는 차명으로 A사의 110억여원 상당 전환사채를 인수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고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주가 부양을 노리기도 했다. 한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 위기에 몰리자 지난해 4월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해경에 붙잡혔다. 한씨 일당의 범행으로 부실해진 A사는 결국 지난 7월 상장 폐지됐다.

재판부는 "한씨는 충분한 자기자금없이 단기 차입금 등으로 건실한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그 자금을 유출하면서 기업의 재무상태를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기업사냥꾼'의 행태를 보였다"며 "엄중한 처벌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한씨와 함께 A사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다 구속됐던 양모씨는 재판을 받던 중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이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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