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는 드릴게, 입은 다물어라"… 레고랜드 계약 공개 무산

입력
2020.09.11 14:04
강원도, 도의회에 비밀유지 각서 요구
불공정 계약 의혹 규명 못해 또 '빈손'

불공정 계약 논란이 일고 있는 강원 춘천시 레고랜드 코리아 테마파크의 총괄개발협약(MDA) 원본 공개가 무산됐다. 영국 멀린사와 한 협약을 강원도의회에 공개할 수는 있으나, 내용을 외부에 밝혀선 안 된다는 강원도의 각서 요구 때문이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강원도와 더불어민주당을 위한 공세를 이어갔다.

협약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이랬다.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회는 앞서 10일 강원도로부터 2018년 12월 당시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과 영국 멀린사 등이 체결한 총괄개발협약 원본을 전달받아 열람할 계획이었다. 불공정 계약 소지가 있는 지 검증하기 위해서다.

특히 멀린사가 강원도에 내는 임대료가 최초 알려진 30.8%가 아닌 3%로 줄어든 조항이 있는지도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데 강원도가 공개에 앞서 '열람 후 관련 내용 공개 시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도의원들은 원본 열감을 거부했다. 원본을 보고도 비밀유지 서약에 묶여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도의회는 빈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의당을 비롯한 야권과 시민단체는 강원도를 거세게 압박했다. 이들은 레고랜드 검증을 위해 연대키로 하는 등 최문순 도정에 대한 검증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강원도의회에 서약서를 강요한 최문순 도정의 오만 방자함에 더 이상 지사 자격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이 언제까지 최문순 도정의 오만방자함을 방치하는지 도민들은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레고랜드 행정사무조사 수용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0일엔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추진 중인 심상화 국민의힘 강원도의회 원내대표와 정의당,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가 레고랜드의 문제점을 다루는 간담회를 열었다. 다음들 6일에도 국회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함께 참석키로 했다.

강원도가 추진하는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춘천시 의암호 내 인공섬인 중도 일원에 복합테마파크와 휴양형 리조트, 상가시설, 판매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강원도가 2011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9년이 넘도록 테마파크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 해외 시행사와의 불평등 계약 논란에 이어 시행사와 고위 공무원이 연루된 뇌물비리 사건, 내부항명사태 등 잡음이 끊이지 않은 탓이다. 그 사이 레고랜드 개장을 기다리던 어린이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됐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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