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푸른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는 갈매기를 보고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리처드 바크의 소설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현실 속 갈매기들은 거대한 꿈을 품고 나는 갈매기 조나단과는 달리 인간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받아먹으며 살고 있다. 부산의 명소 태종대에도 예로부터 많은 갈매기들이 서식하고 있다. 일출과 함께 하늘로 비상하는 '조나단 같은' 갈매기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에게 요즘 태종대의 '거지 갈매기'들은 큰 실망을 주고 있다. 높은 창공을 활강하며 자연의 먹잇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태종대를 일주하는 유람선을 쫒아다니면서 관광객들이 던져주는 과자를 먹고사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짜증이 났다. 커다란 도전 없이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왔던 내 모습과 겹쳐보였던 탓일까. 갑자기 바다 한가운데로 안개가 밀려와 가까이 보이던 섬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순간 마치 때를 기다린 듯 갈매기들이 일제히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인간들에 의해 길들여진 인위적인 습성을 벗어던지고 갈매기의 본성을 되찾기 위한 힘찬 날갯짓이었을까. 다시 한번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갈매기 조나단의 말이 가슴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