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요 레전드! 91번째 슈퍼매치, 어깨 무거운 박건하-기성용

입력
2020.09.1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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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 나락이다. 강등 위험을 안고 있는 ‘옛 명가’ FC서울과 수원삼성이 91번째 맞대결에서 반전을 노린다. 서울은 11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기성용(31) 효과를 기대하고, 수원은 최근 선임된 신임 감독 박건하(49) 리더십을 믿는다. ‘슬퍼매치’가 된 이번 경기에서 진짜 슬퍼지지 않으려면 승리 외엔 답이 없다.

서울과 수원의 91번째 슈퍼매치가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역대전적은 34승 24무 32패로 서울이 우세하다. K리그1(1부리그) 12개팀 가운데 서울은 9위(승점 21), 수원은 11위(승점 17)로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두 팀 중 더 절박한 팀을 굳이 꼽자면 최하위 인천에 승점 3점차로 쫓기게 된 수원이지만, 서울도 이번 슈퍼매치에서 지면 강등 위협을 받는 건 매한가지다. 반대로 두 팀 가운데 어느 팀이든 이길 경우 파이널A(1~6위)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7월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즌 첫 슈퍼매치에서 난타전 끝에 3-3으로 비긴 두 팀의 사령탑은 모두 바뀐 상태다. 이임생 전 수원 감독이 7월초 물러난 데 이어 최용수 전 서울 감독은 7월말 벤치를 떠났다. 이후 조금 더 안정적이었던 건 서울이다. 김호영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승격한 이후 3연승을 거두면서 갑작스레 완전히 다른 팀으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그 사이 기성용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면서 지난달 30일 울산전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존재만으로도 동료들에게 힘이 되지만, 이전 기량을 회복한다면 시즌 막판 서울의 반등에 불을 지필 자원으로 꼽히는 게 기성용이다.


이임생 전 감독 사임 이후 주승진 감독대행 체제를 이어가던 수원은 최근 1996년 수원 창단멤버로 입단해 2006년 은퇴할 때까지 원 클럽 맨으로 활약했던 박건하 감독을 선임했다. 그는 현역 시절 333경기에 출전해 각종 우승 트로피를 16개나 들어올렸다. ‘명가 DNA’를 다시 깨울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지만, 아직 K리그1 지도자 경험이 없어 지도력을 입증해야 한다. 2015년 3월 이후 이어진 서울전 17경기 연속 무승(8무9패) 고리를 부임 직후 끊어낸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는 지난 9일 선수단과 첫 상견례를 가진 뒤 “잃었던 수원의 정신을 일깨우자”며 슈퍼매치를 벼르고 있다. 서울을 꺾는다면 강등권 탈출과 파이널A 진출 희망을 이어갈 수 있다.

두 팀의 이번 대결이 중요한 건 이날 경기가 1주일간 세 경기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 일정의 시작점이라는 점이다. 20라운드는 오는 12~13일에 열리고 15~16일 21라운드를 바로 치른 뒤 20일 동시에 펼쳐지는 마지막 22라운드를 통해 정규라운드를 마무리한다. ‘주말-주중-주말’ 강행군의 성패가 슈퍼매치에서부터 좌우될 가능성이 높단 얘기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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