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는 사기"... 또 터진 거품 의혹, LG화학ㆍ한화도 예의주시

입력
2020.09.11 15:23
LG화학, 니콜라 트럭에 배터리 공급
한화는 니콜라에 1억 달러 직접 투자


'제2의 테슬라'로 주목 받는 미국 수소 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를 향한 거품, 사기 의혹이 또 다시 제기됐다. 니콜라와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국내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금융 분석 업체인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사례"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이 업체는 밀턴이 적잖은 거짓말로 대형 자동차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왔음을 보여줄 충분한 증거를 모았다며 "상장 기업에서 이 정도 수준의 속임수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의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이 지난 8일 니콜라 지분 11%를 취득했다며 배저(니콜라의 첫 번째 전기 픽업트럭)의 설계ㆍ제조와 얼티엄 배터리 공급을 맡게 됐다고 발표한 직후 나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니콜라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공매도 업자의 시세 조종이라고 비난했다. GM역시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협력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당장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니콜라 주가는 11.33% 내렸고, 니콜라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GM까지 5.57% 떨어졌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화학과 한화 등이 니콜라의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LG화학은 니콜라의 배터리 공급사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배저에 탑재될 것으로 보이는 얼티엄 배터리는 LG화학이 GM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앞서 지난 해 말 LG화학과 GM은 50대50 지분으로 전기차 전용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오하이오주 로즈타운에 설립될 이 공장은 2022년 완공될 예정이다.

GM이 니콜라와 손을 맞잡으면서 일찌감치 GM과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 LG화학은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됐다. LG화학은 테슬라 대항마로 꼽히는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의 첫 양산 전기차 모델에도 원통형 배터리를 독점 공급키로 하는 등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

한화의 경우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1년 반 전에 니콜라에 1억달러(1,200억원)를 직접 투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이 트레버 밀턴을 만나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사업 청사진을 들은 뒤 투자를 결정했다고 한다.

한편, 생산은 하지 않고 개발할 새 모델만 공개하는 니콜라를 향해 의문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지난 6월 니콜라가 내놓은 수소 연료전지 트럭 '니콜라원'의 성능이 과장됐다고 저격했다. 니콜라원은 작동되지 않은 빈 껍데기라는 지적이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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