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카카오 호출 문자' 논란이 뜨겁다. 지난 8일 윤 의원이 당시 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내용의 포털 게재를 두고 보좌진에게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란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불거진 '외압' 의혹 때문이다.
정치권의 치열한 공방 속에 불똥은 포털업계로도 튀었다. 뉴스 편집의 공정성 문제가 자연스럽게 세간의 관심 속으로 스며들면서다. 포털업계에선 "수 년전부터 인공지능(AI)이 전담하고 있다"며 뉴스 편집의 조작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AI 알고리즘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10일 포털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2015년 6월부터,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각각 뉴스 부문에 AI 추천 서비스를 전면 도입해 적용하고 있다. 각 사의 에디터들이 직접 '좋은 뉴스'를 골라서 편집해왔지만 뉴스 편향성과 외압 논란이 제기되면서 이용자 선호에 따라 뉴스를 골라주고 편집하도록 AI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양 사는 모두 "이용자마다 다른 뉴스로 구성된 화면을 보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메인에 특정 기사를 올리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우선 카카오 뉴스의 경우, '루빅스'로 명명된 AI에 따라 편집된다. 국내 최초의 AI 뉴스 편집자로 알려진 루빅스는 각 이용자 취향에 맞게 맞춤형 뉴스를 자동으로 제공한다. 카카오에서 2017년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추천 기술엔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기반 필터링'이 사용된다. 협업 필터링을 통해선 이용자가 어떤 뉴스를 주로 읽고 '좋아요' 또는 '싫어요'를 표시하는지에 따라, 또 성별과 연령대 등에 따라 취향을 파악한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은 동일한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 이에 따라 뉴스를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콘텐츠 기반 필터링은 콘텐츠 자체의 내용을 분석해 유사한 콘텐츠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야구경기 결과 기사를 읽던 사람에게 류현진 선수 계약에 대한 기사를 추천해주듯, AI로 기사 내용을 읽어내 비슷한 주제를 가진 글들을 묶어 추천해주는 형태다. 이는 사용자가 평소 선호하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추천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 필터링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이 밖에도 카카오의 뉴스 추천 AI 알고리즘에는 다양한 모델 별 추천 결과를 조합해누는 '앙상블 기법'이나 이용자들의 반응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멀티암드 밴딧'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확히 어떤 모델이 어느 정도 가중치로 적용됐는지 등 구체적인 알고리즘은 공개하기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100% AI가 뉴스를 편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에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AI 뉴스 추천을 이식했다. 2018년 자발적으로 외부 인사 11인으로 구성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 위원회'를 발족해 6개월간의 검토 기간을 거쳐 뉴스 추천 시스템에 인위적인 개입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기도 했다. 당시 검토위는 네이버의 뉴스 추천 서비스인 '에어스(AiRS)'에 대해 "편집자 개입 없이 자동으로 뉴스 이용자 피드백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협력 필터'와 '품질 모델'을 결합해 기사 선호도와 기사 품질을 고려한 개인화된 추천 점수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즉, 특정인의 개입 없이 AI가 각 사용자 취향과 특성에 맞춰 기사를 추천해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 셈이다. 네이버 측은 "전문가 집단이 한 인터넷 기업 서비스 알고리즘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은 세계 최초의 시도"라며 "뉴스 편집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AI 또한 불완전하단 점에서 더 많은 정보의 공개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뉴스 편집을 AI가 하기 때문에 중립적이다"라는 포털업체들의 답은 무책임하다고 저격했다.수집한 데이터 자체가 한 쪽으로 편향돼있을 수도 있고, AI를 설계한 사람의 가치판단이 모델링에 적용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서다. AI 자체가 완전하게 가치중립적인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이 대표는 "AI가 차별하지 않는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지 판단하기 위한 감사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어떤 가치판단을 해서 어떻게 뉴스 편집을 하도록 설계된 AI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털 관계자는 "부당한 방식으로 클릭수를 높여 이익을 얻으려는 어뷰징에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전면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위적인 개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증명한 만큼, 포털에 신뢰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