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일부 학교들이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문’을 학교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등 일제 잔재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제주도교육청이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진행 중인 ‘제주도교육청 일제 강점기 식민잔재 청산 연구용역’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도내 학교들이 사용하고 있는 교표(학교를 상징하는 무늬를 새긴 휘장)나 교목, 교가 등에 일제 잔재가 남아 있었다.
이번 용역의 조사 대상은 1955년 이전에 개교한 77개 학교이며, 이 중 67개교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 도내 초등학교 4곳이 교표에 ‘욱일문’ 도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욱일문은 일본 왕실의 국화 문장과 일장기가 결합해 만들어진 것으로,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기, 해군기, 해군 군함기 등에서도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또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친일인사가 작곡가나 작사가로 참여한 노래를 교가를 사용하는 학교도 3곳이 있었다. 도내 학교 역대 교장 중 1980년 이전에 재직했던 353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자 3명의 이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들이 친일인명사전 등재된 사람이 맞는지, 동명이인인지 여부를 최종보고 때 정리할 예정이다.
친일 잔재로 거론되는 가이즈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한 학교도 초등학교 18곳, 중학교 11곳, 고등학교 6곳 등 35곳에 달했다. 친일 잔재 논란이 이는 영산홍이나 국화를 교화로 사용하는 학교도 21곳으로 조사됐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에도 식민 잔재가 남아 있었다. 당번, 반장, 학급, 주번, 수학여행, 운동장, 학예회, 조회, 종례, 교단 등은 일본에서도 쓰는 용어로, 일제 잔재라고 연구진은 지적하고 대체 용언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7월 제정된 ‘제주도교육청 일제 강점기 식민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번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최종 용역보고서는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거쳐 오는 11월쯤 제출될 예정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일제식민잔재 청산 컨설팅과 필요 예산을 해당 학교에 지원하고, 교육공동체의 협의를 통해 청산 방향과 교육적 활용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