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아들 논란 외면한 대통령과 민주당

입력
2020.09.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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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당정 관계가 환상적”이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과시했다. 당정이 손발을 맞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지켜보는 심정이 편치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데 단 한 마디 언급도 없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에서다. 당청의 침묵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는 듯 보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사건 관련자들의 발언이 잇따라 폭로되며 자대배치, 통역병 청탁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다. 검찰이 8개월간 수사를 질질 끈 데다 부대 장교와 추 장관 보좌관이 병가 연장과 관련해 통화한 사실은 조서에서 누락된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신뢰성이 오염되고 있다. 추 장관 측이 ‘카투사에는 미군 규정이 적용돼 병가 근거 서류가 남아 있지 않다’고 해명한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등 해명 자체도 문제다. 공방은 격화하는데 검찰마저 못 믿을 상황이라 논란은 오래 지속될 공산이 크다. 또 한번 ‘내로남불 정권’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제2의 조국 사태’를 맞고 싶지 않다면 대통령과 여당은 입단속에만 그칠 게 아니다.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 논란이 의미가 없다”는 식의 감싸는 태도는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이 묵인하는 태도를 취하는데 분명한 태도를 취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추 장관을 손절하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금이 경질을 결단할 때는 아니라 해도, 그 판단 기준이 될 검찰 수사는 공명정대해야 한다. 대통령이 진상 규명 의지와,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검찰이 장관 눈치를 보지 않을 것이며 국민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추 장관도 아들의 의혹에 진솔하게 해명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게 공정한 수사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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