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내부고발 보호하자"더니...제보자 입 틀어막는 추미애

입력
2020.09.0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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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 측, 9일 군 제보자ㆍ언론, 경찰에 고발
당직사병엔 "허위사실"... 유튜버도 무더기 고발
금태섭 "사회적 약자는 모든 사실 완벽히 알 수 없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이 아들 서모(27)씨의 군 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 폭로에 나선 제보자들을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부정확한 정보의 유통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의혹 제기에 재갈을 물리는 ‘전략적 봉쇄 대응’이라는 비판이 비등하다. 더욱이 검찰을 일반적으로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수사로 제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서씨의 법률대리인 현근택 변호사는 9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부대 배치 청탁 의혹을 제보한 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 A대령과 이를 보도한 SBS 등을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컴퓨터에 의해 부대 배치가 이뤄져 관련 청탁은 있을 수 없다"며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추 장관 측이 서씨 의혹과 관련해 강경 대응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씨 변호인단은 최근 입장문에서 "당직사병(공익제보자)이 말하는 모든 상황은 허위 사실"이라며 폭로 내용 일체를 부정했는데, 이에 공익제보자 A씨는 “당시 당직사병으로서 사실관계만을 말하고 있는 저에 대해 추 장관 측이 ‘허위 사실을 말한다’며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며 "‘내 편이면 좋은 놈, 네 편이면 나쁜 놈’이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 추 장관 측 행태가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 아들의 군복무 특혜 의혹이 불길처럼 번지는 가운데, 제보자를 고발하고 ‘거짓말쟁이’로 모는 것은 전형적인 전략적 봉쇄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소 고위공직자가 소송으로 폭로에 제동을 거는 행태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이라면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 소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고위공직자의 경우엔 권력 감시 및 견제 차원에서 언론과 공익제보자의 행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 전 위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른바 '입막음 소송 방지법'으로 불리는 민사소송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권력자가 소송 제도를 활용해 제보자의 입을 틀어막는다면 사회적 약자인 일반 시민들은 마음 놓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다. 더구나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이 공익제보자의 비판을 수사에 부친다면 수사 결과의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이 별장에서 윤석열을 접대했다’는 보도에 발끈해 한겨레를 고소했을 때도 같은 비판이 일었고, 한겨레가 사과하자 윤 총장이 고소를 취하한 적이 있다. 고소 당시 금 전 의원은 "국회의원, 법무부장관, 검찰총장과 같은 사람들이 시민을 고소하면 일반 시민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고소하는 문화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윤 총장을 비판했다.

추 장관의 '재갈 물리기' 시도는 그가 이전 정권에서 공익제보와 내부고발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이어서 더 빈축을 사고 있다. 그는 2017년 2월 "내부고발자는 큰 결심과 용기를 필요로 하고, 고발 이후에도 공익제보자라는 자신감보다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현실"이라며 "내부고발자를 적극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승엽 기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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