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여자고등학교는 2006년도 교과목 담당 교사를 배치하면서 일부 교과에 남성을 우선 배정했다. 당시 A고교 교감은 “인사자문위원회에서 능력있고 학교에 필요한 교사를 선택한 결과 우연히 모두 남자였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이유는 달랐다. 교문 앞에 재래시장이 있어 안전한 등하교 지도를 위해 남교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당시 교내 남ㆍ녀 교사 성비가 3대 7이라 남교사를 우대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학교의 조치가 고용상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등하교 지도 등 업무를 남교사가 여교사보다 더 잘 한다고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교장ㆍ교감 등 고위관리직에 남성이 많은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성비불균형만 따진 인사도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9일 발간한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에 실린 대표적 사례다. 사례집에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이래 고용상 성차별에 대한 그간의 법원 판결, 인권위 결정 등 59개 사례가 담겼다. 고용부가 사례집을 제작한 건 고용상 성차별 문제는 다른 노동분쟁에 비해 수면위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어 근로감독관이나 사업주ㆍ근로자들이 참고할 선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거 직접적인 성차별과 달리 최근의 차별은 간접적인 형태로 드러나고 있어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도 이유다.
예를 들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금융기관 B사의 경우 회사에 근무하던 762쌍의 부부직원 중 752쌍을 명예퇴직 시켰는데, 이중 662쌍에서 여성 근로자가 퇴직했다. 인사부처에서 면담을 통해 ‘남편을 위하는 것이 본인을 위하는 것이다’라며 노골적으로 아내의 퇴직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대법원이 고용상 성차별을 인정한 C공공기관 사건의 경우,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는 직군의 정년을 다른 직군 보다 낮게 설정하는 내부규정이 보이지 않는 차별 요소였다.
고용상 성차별 피해는 주로 여성을 향하지만, 남성도 성별 고정관념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D항공사는 객실 승무원 채용과정에서 여성은 사내공모와 공개채용을 병행해 채용한 반면, 남성은 공채 일반ㆍ전산ㆍ기술직 직원 중 사내공모를 통해 채용했다. 인권위는 이를 남성에 이중 채용과정을 부여하는 차별이라고 봤다. ‘여성이 남성보다 고객 서비스 업무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구분모집을 한다’는 D사의 해명에 대해서도 판단 근거가 없다고 봤다.
송홍석 고용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고용상 성차별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차별적 현실 개선 요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집은 그간의 사례 전반을 모은 첫 시도로 고용상 성차별 판단에 유용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