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당시 재산 11억원을 누락 신고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범여권의 일부 의원들도 "부동산 등에서 석연치 않은 변동이 있다"고 9일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광재, 김홍걸, 이수진,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도 총선 전보다 늘어난 재산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법조인들이 여당, 여당 2중대 의원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우리 방 보좌진들에게 알려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조 의원은 4ㆍ15 총선에서 재산을 18억5,000만원(2019년 12월31일 기준)이라고 밝혔으나, 5월30일 기준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에서는 30억여원이 됐다. 이를 두고 "신고 과정에서의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고의 누락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선관위에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야권에서는 다른 여권 의원들도 몇 달 만에 재산이 크게 늘어났는데 조 의원만 조사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조 의원 역시 여당 의원도 총선 선거공보물과 이번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을 대조하면 "전세권 누락, 부동산 미신고, 자신 명의의 예금 미신고, 비상장주식 미신고 등의 다양한 문제가 보인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후보 등록 때에 비해 재산이 급증한 범여권 의원 10여명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전방위 '저격'에 나섰다. 재산신고 누락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그는 특히 "지역구 의원 중엔 정치 신인이 아닌, 국회의원, 기관장 등 고위 공직을 거치며 수차례 공직자 재산신고를 경험했던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꼬집었다. 강원도지사와 17ㆍ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광재, 19대 국회의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상직, 김회재(의정부검사장), 최기상(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 문진석(충남도지사 비서실장), 허영(서울시 비서실장) 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비례의원들도 조 의원의 공격 타깃이었다. 조 의원은 "윤미향 의원은 후보 때 등록한 아버지 명의 재산을 당선 후 공직자 재산신고 때는 제외했다"며 "자신의 재산이기에 신고했다가 당선 후 빼야 할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라고 했다. 또 "김홍걸 의원은 부동산 문제가 잘못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주택을 공천 기준으로 제시했던 민주당의 방침에 따라 의도적으로 재산을 축소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어 여당 '2중대'라면서 총선 당시보다 각각 2억7,000만원과 17억원가량의 재산이 늘어난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사례 역시 꼬집었다.
선관위는 의원 재산 변동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확인 절차를 밟는다. 조 의원이 밝힌대로 해당 의원들에 대한 신고가 들어갔다면 일부 조사는 불가피하다. 김진애 의원 역시 이날 "국회의원 3월말 후보 등록 시와 5월말 재산신고 변화 전수조사를 하라"고 주장하는 등 관련 의혹이 정치권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 후보자가 재산을 거짓으로 기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다만 이전 사례를 보면 '고의성'과 해당 정보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느냐가 변수가 됐다.
염동열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경우 부동산 가격을 13억원 낮춰 신고했으나 "비서진의 실수"라고 해명, 벌금 80만원에 그치며 의원직을 지켰다. 반면 40억원의 채무를 누락했던 우석제 전 안성시장은 지난해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재산을 37억원으로 공표, 성공한 축산인이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던 그의 실제 재산이 밝혀졌을 경우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