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 수리독점권 막고, 주민 참여해야 댐지역 수해 근절한다"

입력
2020.09.08 16:20
23면
박일선 전국댐피해극복협의회 공동의장 인터뷰
9일  '수리권 회복 위한 충주 선언문' 발표



“만인의 공동 자산인 물길에 느닷없이 콘크리트 보를 치더니 주민들의 물권리를 송두리째 앗아갔죠. ‘물장사’로 나오는 이익도 몽땅 가져가고. 이런 일방적인 구조를 깨뜨려야 전 국민을 위한 효율적인 댐 관리가 가능합니다.”

박일선 전국댐피해극복협의회(이하 전댐협) 공동의장은 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반복되는 댐 주변지역 수해를 근절하려면 국가기관의 독점적인 댐 운영체계를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댐협은 댐 지역 주민들이 빼앗긴 수리권을 찾겠다며 지난 7월 7일 결성한 자생단체다. 댐 건설에 따른 수몰과 규제로 피해를 보는 전국 40여개 시군 주민협의체와 환경단체, 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출범 한달 만인 8월 7~8일 집중호우 속에 섬진강댐, 용담댐 등 주변 지역이 극심한 수해를 입었다. 방류량 조절 실패로 인한 ‘인재(人災)’ 논란이 일었다. 전댐협은 당시 댐 방류 자료와 현장조사를 거쳐 명백한 인재로 판단했다. 즉각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박 의장은 “장맛비가 지속되는데도 댐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방류량을 늘린 것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관계기관의 홍수조절 실패가 수해를 키운 게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수해 때 효과적으로 대응한 괴산댐을 비교 사례로 들었다.

괴산댐은 큰 비가 오기 전인 7월 30일부터 대대적으로 물을 빼기 시작했다. 예상은 적중해 다음날부터 열흘 가까이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댐 수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댐 주변지역 피해도 전혀 없었다. 박 의장은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면 방류로 인한 피해를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중인 정부의 댐방류 피해 조사에 대해 그는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피해조사위원회에 주민 추천 전문가를 포함해달라는 지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댐 관리 부처인 환경부가 주관하는 현 조사를 “도둑에게 도둑 조사를 맡긴 꼴”이라며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이제라도 주민 추천 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동참하는 조사단을 꾸리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댐지역 피해를 해결할 근본 대책으로 댐 운영에 지역이 직접 참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댐 별로 독자적인 경영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에 지자체와 주민이 참여해 피해극복 방안을 함께 찾아야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란 얘기다.

전댐협은 댐 지역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과 댐 관리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9일 충북 충주에서 ‘충주 물포럼’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전국 회원들은 ‘수리권 회복을 위한 충주 선언문’을 발표한다.

김문숙 강원발전연구원 박사는 댐피해 관련 법규 개선 방안을, 서일환 전북대 교수는 댐주변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박 의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토론에선 홍은미 강원대 교수와 이광우 한강사랑 대표, 김광진 전남댐주민연합회장, 이주형 무주환경사랑 대표, 송분선 내성천보존회장 등이 댐 지역의 수리권 회복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박 의장은 “댐지역 피해는 댐관리자인 정부와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의 수리권 독점에서 비롯된 면이 가장 크다”며 “주민의 댐 운영 참여를 보장하는 법을 제정하고 기후변화에 맞는 댐관리 규정을 보완하도록 대 정부, 대 정치권 설득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충주 선언문에는 댐 이익금 피해지역 환수, 수해방지세 제정, 수상안전금지구역 전면 조정 등 댐 피해지역 권리찾기 방안을 담았다. 댐피해 지역 시군의장단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관계 기관의 수해책임 인정, 재발방지책 제시, 지역 주민의 댐운영 참여 보장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한덕동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