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공동 자산인 물길에 느닷없이 콘크리트 보를 치더니 주민들의 물권리를 송두리째 앗아갔죠. ‘물장사’로 나오는 이익도 몽땅 가져가고. 이런 일방적인 구조를 깨뜨려야 전 국민을 위한 효율적인 댐 관리가 가능합니다.”
박일선 전국댐피해극복협의회(이하 전댐협) 공동의장은 8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반복되는 댐 주변지역 수해를 근절하려면 국가기관의 독점적인 댐 운영체계를 민주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댐협은 댐 지역 주민들이 빼앗긴 수리권을 찾겠다며 지난 7월 7일 결성한 자생단체다. 댐 건설에 따른 수몰과 규제로 피해를 보는 전국 40여개 시군 주민협의체와 환경단체, 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공교롭게도 출범 한달 만인 8월 7~8일 집중호우 속에 섬진강댐, 용담댐 등 주변 지역이 극심한 수해를 입었다. 방류량 조절 실패로 인한 ‘인재(人災)’ 논란이 일었다. 전댐협은 당시 댐 방류 자료와 현장조사를 거쳐 명백한 인재로 판단했다. 즉각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박 의장은 “장맛비가 지속되는데도 댐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방류량을 늘린 것은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라며 “관계기관의 홍수조절 실패가 수해를 키운 게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수해 때 효과적으로 대응한 괴산댐을 비교 사례로 들었다.
괴산댐은 큰 비가 오기 전인 7월 30일부터 대대적으로 물을 빼기 시작했다. 예상은 적중해 다음날부터 열흘 가까이 집중호우가 쏟아졌지만 댐 수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댐 주변지역 피해도 전혀 없었다. 박 의장은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면 방류로 인한 피해를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중인 정부의 댐방류 피해 조사에 대해 그는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피해조사위원회에 주민 추천 전문가를 포함해달라는 지역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댐 관리 부처인 환경부가 주관하는 현 조사를 “도둑에게 도둑 조사를 맡긴 꼴”이라며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이제라도 주민 추천 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동참하는 조사단을 꾸리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댐지역 피해를 해결할 근본 대책으로 댐 운영에 지역이 직접 참여하는 안을 제시했다. 댐 별로 독자적인 경영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에 지자체와 주민이 참여해 피해극복 방안을 함께 찾아야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란 얘기다.
전댐협은 댐 지역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과 댐 관리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9일 충북 충주에서 ‘충주 물포럼’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전국 회원들은 ‘수리권 회복을 위한 충주 선언문’을 발표한다.
김문숙 강원발전연구원 박사는 댐피해 관련 법규 개선 방안을, 서일환 전북대 교수는 댐주변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박 의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토론에선 홍은미 강원대 교수와 이광우 한강사랑 대표, 김광진 전남댐주민연합회장, 이주형 무주환경사랑 대표, 송분선 내성천보존회장 등이 댐 지역의 수리권 회복 전략을 집중 논의한다.
박 의장은 “댐지역 피해는 댐관리자인 정부와 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의 수리권 독점에서 비롯된 면이 가장 크다”며 “주민의 댐 운영 참여를 보장하는 법을 제정하고 기후변화에 맞는 댐관리 규정을 보완하도록 대 정부, 대 정치권 설득 작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충주 선언문에는 댐 이익금 피해지역 환수, 수해방지세 제정, 수상안전금지구역 전면 조정 등 댐 피해지역 권리찾기 방안을 담았다. 댐피해 지역 시군의장단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관계 기관의 수해책임 인정, 재발방지책 제시, 지역 주민의 댐운영 참여 보장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