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발하며 지난달 21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갔던 전공의들이 18일 만인 8일 업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공의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섣부른 타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의 분열로 인해 파업의 목적을 실현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서울대학교병원 등 서울 주요 대학병원 전공의들은 속속 현장으로 복귀했다. 서울대병원은 전체 전공의와 전임의가 이날부터 진료에 복귀했고,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가톨릭대 성모병원도 이날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며 순차적으로 복귀를 진행했다. 다만 신촌 세브란스병원 등은 과(科) 별로 파업 복귀에 대한 의견이 갈려, 일부 과에 한해서만 전공의 복귀 절차가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은 파업 사태가 일단락돼 현장으로 복귀했으나, 정부에 대한 불신과 의협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파업을 주도했던 대전협 비대위가 사실상 해체되면서 파업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도 전공의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서울의 한 병원 전공의 김모(34)씨는 "의협이 당정과 만든 합의문은 애초 파업의 목표였던 '의료 4대 정책의 최종 철회'와 맞지 않는다"며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는데 파업을 종료하라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전공의 A씨 역시 "결속력을 다져야 할 대전협 지도부에서부터 분열되다 끝난 파업이라 아쉬움이 많다"면서 "정부가 다시 의료 정책을 강행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7일 대전협 등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단체행동 잠정 유보 결정을 공지했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2020년 9월 8일 화요일 오전 7시부터 단체행동의 단계를 1단계(모든 전공의가 업무에 복귀하되 각 병원 비대위를 유지하는 것)로 낮추겠다"며 집행부와 함께 사퇴를 표명했다.
아쉬움을 안고 복귀한 전공의들과 달리 대학병원 환자들은 전공의들의 귀환을 일단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날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이모(66)씨는 "의료진 한 명이 시급한 상황에 의사들이 자리를 오래 비워 불안감과 불편이 컸다"며 "당장은 아니겠지만 점차 의료 현장이 제자리를 찾아갈테니 환자 입장에서는 그저 다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대부분이 업무에 복귀하는 서울의 대학병원과 달리 지방의 상당수 전공의들은 여전히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날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별 투표를 통해 새로운 비대위를 꾸렸다. 새 비대위가 "전국 전공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지 않은 단체행동 지침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혀, 새 비대위 주도로 전공의 집단휴진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