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지 중국의 '코로나 종식' 선언… 설익은 축포일까

입력
2020.09.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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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코로나 전쟁서 중대 성과" 자찬
코로나 종식ㆍ체제 우위 선전... "美 의식"
통계 불신 등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중국이 8일 '코로나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 3주 넘게 본토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방역 성과를 자축하는 대규모 포상 대회까지 열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여전히 고통받는 와중에 열린 '원인 제공자'의 나홀로 축제에 불편한 시선이 교차한다. 무증상 감염자 관리 소홀 등을 감안할 때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에서 "우리 당은 8개월여간 전국 각 민족과 인민을 단결시켜 코로나19 전쟁에서 중대하고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지난 100년간 세계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전염병'으로 규정한 뒤 "경제 발전의 여러 분야에서 정지 버튼이 눌러졌지만 인민의 생활에 큰 영향이 없었다"면서 이를 중국 사회주의 제도와 통치 체계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대내외적으로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며 체제의 우수성도 선전한 것이다.

시 주석이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해 1시간 넘게 연설한 것 자체가 코로나19 극복 성과를 과시하려는 중국의 의지로 해석될 만하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국제서비스무역박람회 개막식이 불과 사흘 전이었지만 시 주석은 화상 축사로 대신했다. 인민일보와 CCTV 등 관영매체들도 이날 일제히 "14억 중국 인민이 코로나19 전쟁의 승자" "방제 성과는 정신적 금자탑" 등 찬사를 쏟아냈다.

중국은 이날까지 23일째 본토 내 신규 확진자가 '0'명이다.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를 제외한 통계라 안심하긴 일러 보인다. 중국은 지난 6월에도 방역 성과를 자축했지만 얼마 뒤 베이징 집단감염 발발로 체면을 구겼다. 게다가 최근에도 우리나라에서 중국발(發) 입국자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중국 통계의 신뢰 문제가 다시 불거진 상태다.

다소 설익은 승리 선언에선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미국을 향한 과시 목적도 엿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전면봉쇄가 취해졌던 코로나19 발원지 후베이성 우한의 의료진과 주민들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은 공개적이고 투명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세계 32개국에 의료인력을 파견하고 150개국에 의료물품을 지원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대국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유럽 등 중국 바깥에선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648만명으로 세계 최대 발병국의 오명을 쓴 미국에선 여전히 하루 2만5,000명 안팎이 감염되고 있다.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9만명을 넘을 정도로 세계에서 확산세가 가장 가파른 인도는 세계 2위 발병국이 됐다. 여름 휴가철 이후 재확산세에 불이 붙은 유럽에선 봉쇄령이 다시 내려지고 있다. 스페인은 이날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누적 확진자가 50만명을 넘어섰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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