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주식시장 vs 떨어질 줄 모르는 신규 실업자 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이후 더욱 심화한 ‘양극화’ 경고음을 보여주는 미국 사회의 대표 지표이다. 감염병 확산이란 전대미문의 사회적 불안이 경제적 불평등의 폭을 한층 넓히면서 경기 침체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제 회복’을 재임 기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에도 좋지 않은 신호임이 분명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7일(현지시간) 하버드대 연구그룹 ‘오퍼튜니티 인사이트’를 인용해 “(코로나19 이후) 고임금 노동자의 고용률은 완전히 회복됐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률은 15.4%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 뿐이 아니다. 중산층 이하의 생활수준 악화를 입증하는 통계는 여럿이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조사기관 NORC 설문조사에서는 코로나19로 발생한 정리해고, 급여 삭감, 근무시간 단축 등 여파로 응답자의 49%가 급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6%는 주택 임대료나 대출 상환 등 각종 지출도 감당하지 못했다. 7월 미 인구조사국 조사에서도 자녀가 있는 7가구 중 한 가구는 종종 식료품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반면 고소득자들은 코로나19 위기를 완전히 극복한 듯한 모습이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네바다주(州)에 본사를 둔 세계 제2의 카지노호텔 체인 ‘MGM리조트’가 1만8,000명의 해고를 발표한 지난달 주가는 되레 6% 이상 치솟아 3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19발 경제 위기를 ‘V’자형으로 돌파하리라 굳게 믿었던 트럼프 행정부의 장담은 점점 무색해지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V자에 깊은 골짜기가 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른바 ‘K’자형 회복이다. 클라우디아 삼 워싱턴공평성장센터 거시경제정책 책임자는 “K의 상부만 본다면 V로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는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의 열악한 삶은 계속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 자료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140만개의 일자리가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로 없어진 고용을 회복하기엔 턱 없이 모자란 수치다.
여기에 일자리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는 점은 ‘부익부 빈익빈’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미 미국은 주요 7개국(G7) 중 소득 양극화가 가장 심한 나라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미국의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434로 영국(0.392), 프랑스(0.326)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인구조사국 역시 2018년 기준 미국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52%를 차지, 하위 80% 가구를 다 더한 것보다 많다는 통계를 내놨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적 불평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악재가 될 게 확실하다. 2016년 대선에서 그의 손을 들어줬던 중서부 ‘러스트벨트’ 지역의 노동계급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에 대한 민심 이반은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의 지난달 19~25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미국 경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통신은 “트럼프의 ‘집토끼’ 격인 공화당원 중에서도 30%가 낙제 점수를 매겼다"면서 2018년 2월 후 가장 높은 부정적 수치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