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구글 결제 시스템(인앱)을 거치지 않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하는 강경책을 검토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앱 결제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음악, 동영상, 웹툰, 게임 아이템 등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국내 앱들을 정조준한 것이어서 파란이 예상된다.
인앱 결제 시스템이란 앱 개발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할 때 구글이 만든 결제 시스템을 거치도록 한 것을 말한다. 이 경우 결제액의 3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구글에 내야 한다. 국내 일부 앱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며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고 있다. 구글은 이를 ‘뒷문’(백도어) 이용으로 본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인앱 결제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독자 결제 시스템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앱들을 구글의 앱 장터인 플레이스토어에서 퇴출시키는 정책을 전세계에 적용할 방침이다. 업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구글이 일부 앱의 ‘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며 “구글에서 발표 시점을 조율중인 이 정책은 유예 기간을 두고 전세계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예기간은 1년 가량 적용될 전망이다.
단 이 정책은 실물을 판매하는 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즉 쿠팡 티몬 마켓컬리처럼 실제 물건을 판매하는 쇼핑앱은 예외로 하며 오로지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는 앱에만 적용된다.
구글의 이번 결정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과 한국의 정부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구글은 인앱 결제를 거치지 않는 앱들을 무임승차로 본다. 이 소식통은 “구글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앱으로 전세계 20억, 30억명의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을 앉아서 만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인앱 결제를 외면하는 앱들을 세계 시장 진출 효과만 누리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해외에서는 인앱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유독 국내에서만 인앱 결제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구글이 4,5년간 네이버와 카카오에 국내에서도 인앱 결제시스템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구글은 이용자의 편리함과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이번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소식통은 “구글의 인앱 결제 시스템은 이용자들이 개인정보를 한 번만 등록하면 별도 입력 없이 100여개국의 300여가지 결제 수단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구글이 책임지고 환불까지 해준다”고 밝혔다.
구글은 인앱 결제 정책이 국내 결제 대행 업체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수수료의 절반 가량이 카드사나 은행, 이동통신업체 등 결제 수단 및 결제대행업체들에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구글은 앱 수수료 비율을 조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 수수료가 비싸다고 말이 많았다. 수수료가 비싸면 이용료에 포함돼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이 소식통은 “구글은 수수료 비율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며 “비싸다고 생각하면 안드로이드폰에서 나가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결제 수수료가 이용자 부담으로 전가돼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구글 입장에서 보면 정부에서 수수료 정책에 관여하는 것은 한국에서 사업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유독 한국에서만 반 구글 정서가 강한 것처럼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수수료 조사 계획은 구글의 이번 정책 결정과 발표 시점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구글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인앱 결제 시스템을 따르지 않을 경우 두 가지 선택 사항을 줄 방침이다. 하나는 결제를 앱에서 떼어내는 방법이다. 이 소식통은 “넷플릭스와 일부 음원판매업체들은 앱이 아닌 외부 사이트에서 결제하고 앱에서는 보고 듣게만 한다”며 “앱 바깥에서 일어나는 결제에 간섭하지 않으니 애플보다 유연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은 해외 앱과 국내 앱을 분리해 국내 앱에서 디지털 콘텐츠 판매를 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앱 업체들은 독과점 플랫폼의 갑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는 대게 10~15% 선을 넘지 않는다”며 “구글과 애플의 30% 수수료 방침은 통념에도 어긋나는 독과점 플랫폼의 갑질”이라고 반발했다. 대형 포털업체 관계자는 “시장의 80%를 점유하는 구글이 정책을 내면 따를 수 밖에 없다”며 “안드로이드폰 서비스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구글의 인앱 결제 강제 방침은 폭력이자 구글의 오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