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북구에서 떡볶이 노점상을 하는 60대 김모 할머니는 정부가 추석 전 지급한다는 2차 긴급 재난지원금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기면서 김 할머니의 수입은 작년의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정부가 국세청 세금납부 내역과 카드결제 명세서 등으로 소상공인을 선별할 예정인데, 김 할머니는 예전부터 현금으로만 장사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2차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방침을 세웠지만, 향후 지급 과정에서 "정작 나는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아직 명확한 선별 기준이 공개되기 전임에도, 오히려 형편이 더 어려운 이들은 재난지원금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정부와 소상공인 업계 등에 따르면, 취약 계층에 대한 구체적 지급 규모와 방식이 공개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지원 공백`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주요 지원 대상으로 거론되는 소상공인 사이에서도 "얼마나 매출이 줄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냐" "매출 감소 기준 시점은 언제부터냐" 등의 질문이 각종 온라인 게시판 등에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가운데는 매출 감소를 직접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너무 영세해 평소 세금 신고를 제대로 안 했거나, 신용카드를 결제수단으로 쓰지 않는 노점상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가게 문을 연 소상공인도 지원 대상에서 소외될까 걱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여 줘야 하는데, 최근 매출과 올해 초 개업 당시 매출에 별 차이가 없어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상공인 매출 감소는 `전년 대비`로 비교한다"는 원칙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3월 경기 성남시에 식당 문을 연 박모씨는 "작년 매출과 비교한다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냐. 똑같은 피해를 봤는데도 소상공인을 차별하는 결과는 정부의 탁상공론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선별 지원의 특성상,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도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집중 지원하겠다는 노래연습장, PC방 등 `집합금지 12개 업종` 외에도 대부분 소상공인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감소 등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지원 대상을 `컷오프`할 경우 기준에 들지 못한 소상공인의 반발은 커질 수 있다.
서울 중구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손님이 평소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차라리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고, 정부가 매출 감소분을 지원해 주는 게 우리 입장에서는 더 나은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명확한 선별의 원칙을 정하기도 전에, 미리 7조원대 지원금 규모부터 발표한 것을 두고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까지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지원 공백을 최소화할 선별 기준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일부 계층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다른 항목으로 지원받을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지원은 소상공인뿐 아니라, 고용 취약계층, 저소득층 등을 망라한 종합지원 패키지"라며 "긴급생계비 지원이나, 세금 감면, 금융 지원 등 종합 지원책으로 지원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