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정이 부쩍 밝아졌다”는 얘기가 오르내린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하면서부터다. 두 사람은 '각별한 사이'다.
홍 부총리와 민주당의 관계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얼음판을 걷는 듯 했다. 민주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요구할 때마다 홍 부총리는 '국가 재정 곳간'의 문앞을 지키고 서서 반대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부총리 해임 건의’를 언급하고, 홍 부총리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맞서는 등 몇 번이나 파국 직전까지 갔다. 개각설이 돌 때마다 여권에서 “홍 부총리가 교체 1순위”라는 말이 나온 건 홍 부총리를 벼르는 사람이 그 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난달 29일 이낙연 대표가 취임한 뒤 당정청 안에서 홍 부총리의 발언권이 강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7일 "홍 부총리의 '그립'(장악력)에 다른 부처 장관들이 볼멘 소리를 할 정도"라고 했다. 이 대표와 홍 부총리의 각별함도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 부총리가 이 대표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당정청 회의에서 귀엣말을 했다” 같은 목격담이다. 이 대표가 홍 부총리보다 8살 많지만, 여당 대표와 부총리가 상하 관계는 아니다.
이 대표와 홍 부총리는 문재인정부 출범 때부터 손발을 맞췄다. 홍 부총리는 2017년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장으로 당시 총리였던 이 대표를 19개월 동안 보좌했다. 이 총리의 적극 추천에 힘입어 경제부총리로 영전하기도 했다. 민주당에선 홍 부총리를 ‘두 말 할 것 없는 이낙연의 사람’으로 분류한다.
홍 부총리와 이 대표의 ‘케미’는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홍 부총리는 당초 “4차 추경은 성급하다”고 반대했으나, 이 대표 취임 후 '선별 지급은 가능하다'며 이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이 대표로서는 ‘4차 추경 편성’이라는 성과를 챙기고, 홍 부총리는 ‘재정 지출 절감’이라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
두 사람을 향한 불편한 시선도 있다. 홍 부총리는 2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주장한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 지사 측에선 "홍 부총리가 이 대표와 관계를 의식해 '오버'했다"며 떨떠름해 한다.
홍 부총리는 ‘현직 상사’인 정세균 총리와도 어정쩡한 관계다. 지난 5월 정 총리가 1차 재난지원금을 ‘전국민 지원’으로 가닥을 잡자, 기재부가 반발해 정 총리가 직접 경고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여권에서 수세에 몰릴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실어 줬고, 홍 부총리를 대놓고 비판하는 정부 내 목소리는 사그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