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가을태풍' 더 독해지고 자주 온다

입력
2020.09.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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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태풍 3개 9월 영향... '미탁'은 10월까지
올해 마이삭, 하이선 모두 '강'으로 한반도 접근
기상청 "아직 태풍 추가 발생 기미는 없어..."

폭우와 폭풍을 동반한 강력한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이 잇따라 9월에 상륙, 제주와 남부지방, 동해안을 할퀴고 떠났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앞으로도 이런 '가을태풍'이 보다 빈번해지고, 더 강해질 것으로 기상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실제 하이선 이후 추가 태풍 발생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9월에도 태풍 6개가 발생, 이 중 3개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하이선은 오전 9시 울산 남남서쪽 약 30㎞ 부근 육상에 상륙한 뒤 북상, 8일 오전 북한 청진 북쪽에서 소멸할 전망이다. 하이선은 올해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가을태풍 1호로 제주도에 전날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500㎜가 넘는 비를 뿌렸다. 포항 구룡포에서는 초속 42.3m의 최대순간풍속이 관측됐다. 초속 33m 이상의 바람은 기차도 탈선시킬 수 있는 세기다.

직전에 한반도를 강타한 마이삭도 제주 산간에 비공식적으로 하루 1,000㎜가 넘는 물폭탄을 쏟아붓는 위력을 발휘했다. 제주 고산에서 측정된 최대순간풍속은 49.2m로 역대 3위를 기록할 만큼 강력했다. 태풍은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마이삭은 8월 태풍에 속하지만, 소멸(9월 2일)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사실상 가을태풍으로 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로 향후 이 같은 9월 태풍, 즉 가을태풍 발생이 늘어나고 강도도 더 강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5~2019년 5년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9월 태풍은 총 8개로, 7월(5개) 8월(6개)보다 더 많았다. 특히 지난해에만 '링링', '타파', '미탁' 등 3개가 우리나라에 비바람을 몰고 와 큰 피해를 입혔다.

태풍의 강도 역시 점점 강력해지는 추세다.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장미', '바비'를 합해 총 4개다. 강도가 '중 미만'이었던 장미를 제외하고 바비, 마이삭, 하이선 3개의 태풍은 모두 강도 '강'의 위력으로 한반도에 접근했다.

태풍 강도는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10분 평균)에 따라 단계별로 분류하는데, △초속 25m 이상~초속 33m 미만 '중' △초속 33m 이상~초속 44m 미만 '강' △초속 44m 이상~초속 54m 미만은 '매우 강'으로 분류한다. 가장 강한 '초강력' 태풍은 초속 54m 이상의 강풍을 동반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10년간(2009~2018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강도를 분석한 결과, '매우 강'한 태풍의 발생 빈도가 50%를 차지했다"며 "지구 온난화로 지구 표면 온도가 높아지면서, 열대 대류권 하층에서 (태풍에 공급하는) 수증기가 증가하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불과 보름 사이에 태풍 3개로부터 비바람 피해를 입게 되면서 하이선 이후 가을태풍이 추가로 국내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은 11월까지 발생하지만, 현재 가까운 시일 내에는 발생 기미가 없다"며 "9월 중순 이후에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가장 늦게 찾아온 태풍은 미탁으로 지난해 9월 28일에 발생, 10월 3일에 소멸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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