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내각 지지율이 되레 급등하고 있다. 건강 악화에 따른 사임으로 동정여론이 이는 가운데 2차 집권기 7년 8개월 전반의 성과를 긍정평가하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요미우리신문은 4~6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내각 지지율이 52%였다고 7일 보도했다. 이는 사의 표명 전 진행된 8월 조사(37%)보다 15%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로 같은 기간 16%포인트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지난 3월 이후 6개월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를 앞선 경향이 급반전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시엔 일부 조사의 경우 내각 지지율이 집권 후 최저 수준인 20% 후반~30% 초반을 기록했다.
재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내각 지지율이 급상승한 건 이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아베 정권의 실적을 긍정평가한 응답은 74%에 달한 반면 부정평가는 24%에 그쳤다. 평소엔 조사 당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등 현안에 대한 평가가 내각 지지율에 반영되는 데 비해 이번 조사에선 7년 8개월 임기 동안의 전체적인 평가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 동정론은 평소 아베 총리에게 무관심하던 여성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달 조사에선 아베 내각을 지지하는 여성 응답자가 31%였지만 이번엔 49%나 됐다.
진보ㆍ보수 성향을 불문하고 다른 언론의 여론조사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사의 표명 직후 실시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55%로 7월 조사(43%)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29~30일 교도통신 여론조사에서도 내각 지지율은 56.9%로 1주일 전(36%)보다 20.9%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달 2~3일 아사히신문 조사에선 아베 정권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71%로 부정평가(28%)를 압도했다.
이런 기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정권 계승'을 내세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순풍이 되고 있다. 그는 요미우리 조사의 차기 총리 적합도에서 46%의 지지를 얻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33%)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9%)을 앞섰다. 특히 아베 정권의 성과를 긍정평가한 응답자의 56%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이에 비해 이시바 전 간사장은 부정평가 응답자의 57%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지지층의 상당수가 자민당 총재 선거와 무관한 야당 지지층이나 무당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