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중구 과활성화'가 중증 코로나19 새로운 원인...KAIST 발견

입력
2020.09.07 13:00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연구팀
호중구와 당질코르티코이드 연관성 밝혀...치료제 개발 기대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 온라인판 게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코로나19 감염 중증도를 결정하는 인자를 발견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증도를 개선할 치료제가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의과학대학원 이흥규 교수 연구팀이 ‘호중구’와 ‘당질코르티코이드’의 연관성을 밝혀 코로나19 중증도를 결정짓는 인자를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호중구는 혈액의 전체 백혈구 가운데 50~70%를 차지하며,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대응하는 선천 면역세포다. 당질코르티코이드는 콩팥 근처 부신의 부신 겉질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다양한 신체 기능 조절에 관여하며, 특히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지정한 코로나19는 사람마다 증상이 판이해 중증도 예상 및 판별을 위해선 확실한 바이오 마커 활용과 선별 치료할 수 있는 표적 치료제가 매우 중요하다.

중증 환자들은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증상을 보이며 폐 조직의 심한 손상이 관찰된다. 이 때문에 호중구 등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바이러스 감염으로부터 숙주를 보호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보이지만, 사이토카인 폭풍(과잉 염증반응)처럼 오히려 장기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이 교수 연구팀은 여기에 주목해 유전자 발현 옴니버스(GEO)에 공개된 코로나19 감염 경증 및 중증 환자의 기관지 폐포 세척액에 존재하는 단일세포 유전정보를 분석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냈다. 그동안 곰팡이나 세균 감염에서만 중요성이 알려졌고, 바이러스 감염에는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알려지지 않은 호중구의 과활성화로 중증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을 밝혀낸 것이다.

특히 대식세포 등 골수 유래 면역세포 내에서 발현하는 CXCL8과 같은 케모카인(백혈구유주작용, 활성화작용을 하는 염기성 헤파린 결합성 저분자 단백질)에 의해 호중구 유입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골수에서 유래한 면역세포 내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 발현에 따라 CXCL8의 생성이 조절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호중구 유입 및 활성화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규명한 것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중증도를 결정하는 바이오 마커를 발굴한 것뿐만 아니라, 덱사메타손 등의 당질코르티코이드 억제제를 활용한 중증도를 개선할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장현 석박사통합과정 대학원생이 제1 저자로 참여했다. 국제면역학회연합에서 발간하는 면역학 전문 학술지인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 8월 2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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