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술판 쓰레기더미 악취에..." 한강공원 조깅 나왔다 경악

입력
2020.09.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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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집밖에 나가면 '나쁜 외출'이고 내가 한강 가서 술 마시는 건 '착한 여가활동'인가요? 이런 '코로남불'이 따로 없죠."

일요일인 6일 오전 7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탓에 인적이 드문 시간대를 골라 서울 광진구 뚝섬 한강공원으로 조깅을 나온 직장인 김상현(31)씨는 공원에 나뒹구는 온갖 쓰레기에 경악했다. 산책로 인근 대형 쓰레기통 2개는 이미 각종 오물로 가득찼고, 가로수 옆으론 넘쳐난 쓰레기들이 산을 이뤘다. 잔디밭에 맥주ㆍ소주 병이 버려져 있었고, 산책로 옆 평상엔 술잔으로 사용된 종이컵이 이곳저곳 널브러져 있었다.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사람들이 몰려와 야외 술판을 벌인 탓이다. 김씨는 “이럴 거면 차라리 한강공원도 오후 9시 이후에는 문을 닫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금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 첫 주말, 한강공원은 술집이나 카페를 가지 못해 몰려든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오후 9시 이후 술집 등 음식점에 대한 영업제한 조치가 이뤄지자, 한강공원이 노상 술집으로 변질된 탓이다.

서초구 잠원한강공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공원 안에 마련된 쓰레기통은 분리수거조차 되지 않은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 찼다. 은색 돗자리, 투명 가방, 양주병 등 버려진 쓰레기 종류도 다양했다. 농구코트 안에서는 전날 술판이 벌어진 듯 담배꽁초, 비닐봉투, 컵라면 용기 등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공원을 찾은 손천성(28)씨는 “여기서 술 먹은 사람들이 방역수칙은 지켰을지 의심스럽다”며 “곳곳에서 악취가 풍겨와 도저히 산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술집이 막히게 되는 경우, 공원 등 야외로 인파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일찍부터 우려되긴 했지만 실제 상황은 더 심각했다. 음식점 등 영업제한 조치가 실시된 지난달 30일부터 이미 홍대 등 번화가 인근 공원에는 오후 9시 이후부터 취객들이 몰려 술판을 벌였다.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마포구 연남동 일대 공원에는 취객 간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이어졌다. 인근 자영업자들은 “야외에서 술 마시는 건 내버려두고, 정부가 자영업자만 규제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놓았다.

당국은 뒤늦게 출입 자제 권고에 나섰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6일 브리핑에서 "실내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시민들이 한강공원, 근린공원 등 야외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강공원도 오후 9시 이후엔 매점과 휴게·일반 음식점의 취식행위가 금지되는 만큼 잔디밭 등에서 음주취식을 자제하고 일찍 귀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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