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재해 살해 방지법'에 손 잡은 이낙연과 심상정

입력
2020.09.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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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에 청신호가 켜졌다. 당초 해당 법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낙연 대표 체제’ 들어 긍정 검토로 선회하면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해마다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희생되고 있다. 그런 불행을 이제 막아야 한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이날 연설 직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본회의장 인근에서 “정기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최우선 처리해달라”며 1인 시위를 했는데, 이 대표가 화답한 모양새가 된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5월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을 계기로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확실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의 태도 변화에 따라 이달 정기국회에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이 지난 6월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 및 경영 책임자 등이 유해ㆍ위험 방지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법안을 발의한 강은미 의원 측은 “현행법상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안전관리 주체인 법인과 경영 책임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대부분 현장 노동자 또는 중간관리자에게 책임을 묻고 가벼운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으로 미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안 처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처벌 강화=산재 사고 감소’라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핵심 도식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월부터 산재 사고에 대한 사업주 처벌을 대폭 강화한 새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이 시행됐지만, 산재 사고 사망자는 줄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독일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데도 산재는 더 적은 편”이라며 “처벌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도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뿌리 뽑자’는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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