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단계 이후…편의점서 독한 술ㆍ안주 사는 사람들

입력
2020.09.07 10:19
치킨 등 조리식품 판매량 늘고
심야 시간 양주 판매량 급증
"주점, 음식점 대신 편의점서 구매"


밤 9시부터 수도권 지역 음식점 매장 취식이 금지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술 수요가 편의점으로 흡수되고 있다. 맥주뿐 아니라 양주와 소주 판매량까지 크게 늘고, 같이 먹을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 매출도 급증세다. 편의점 업계의 피크 시간대 역시 퇴근길에 들르는 저녁 7시에서 밤 9시 이후로 옮겨가고 있다.

7일 CU에 따르면 2.5단계 격상 조치가 시행된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일주일 동안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상품 매출 분석 결과, 밥이 들어간 식사류보다 편의점에서 이미 조리가 된 상품(즉석조리식품)을 포장해 가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조각치킨 등 즉석조리식품 매출의 전월 대비 신장률이 37.2%로, 전체 CU 상품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안주나 간단한 먹거리로 즐길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역별 매출 데이터에서도 2.5단계 조치 대상이 된 서울과 수도권 즉석조리식품 매출 신장률이 38.2%로 집계됐다. 이는 지방의 증가율(31.6%)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외에도 조리면(파스타, 콩국수, 볶음면 등) 36.9%, 냉장간편식(피자, 떡볶이, 수제비 등) 29.6%), 죽ㆍ스프류 28.2%, 냉동만두 26.9% 등 간단한 야식 메뉴들의 인기도 높았다. 과자 중에서 이례적으로 팝콘 신장률이 24.9%로 가장 높은 것 역시 식사보단 안주용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주류 역시 심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양주 판매량이 22.2% 늘었다. 소주는 14.9%, 와인 14.2%, 맥주 9.5%로 집계됐다. 외부에서 늦은 시간까지 술을 먹지 못하게 되자 집에서 즐기는 술 종류가 다양해진 셈이다. 특히 양주 증가율이 눈에 띄는데, 이마트24 이달 1~3일 수도권 점포의 저녁 8~10시 양주 판매량은 무려 73.7% 급증했다. 이 기간 전체 주류 매출 증가율(49.5%)보다 훨씬 높은 신장률이다. 양주의 경우 집보다는 외부 주점에서 먹는 대표적인 주류 상품이지만 2.5단계 시행 영향으로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주류와 안주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전체적인 편의점의 피크 시간대도 밤 9시 이후로 집중되고 있다. GS25의 8월 31일~9월 3일 서울과 경기ㆍ인천 점포 오후 9시 매출이 전주보다 각각 27.1%, 23.6% 증가했다. 전주까지 매출 피크 시간대는 퇴근 인파가 몰리는 오후 7시였다. CU의 1~3일 전체 매출 증가율은 0.2%에 그쳤지만, 오후 9시대 매출은 23.3%나 늘었다.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 정승욱 MD(상품기획)팀장은 "강화된 방역 수칙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심야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하면서 편의점에서도 고객들의 구매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며 "방역 당국에 적극 협조하면서 2.5단계 기간 동안 심야 소비활동에 제약을 받는 고객들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인기 메뉴를 하나로 묶어 파는 등 차별화 상품을 지속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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