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심판받도록…" 논란의 중심에 선 '디지털 교도소' 뭐기에

입력
2020.09.0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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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도메인에 운영자 신분 숨겨


성범죄와 아동학대 등에 가담한 범죄자나 피의자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인능욕(지인의 얼굴에 음란사진 등을 합성해 온라인 상에 공유하는 행위) 범죄를 저지른 의혹을 받고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됐던 대학생 정모(20)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다.

6일 디지털 교도소 소개글을 보면, 운영자 A씨는 "디지털 교도소는 대한민국 악성 범죄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사이트”라며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끼고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인 심판을 받게하려 한다”고 운영 목적을 밝히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는 이용자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100% 보장되기에 마음껏 댓글과 게시글을 작성하셔도 된다"고 알리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에는 현재까지 110여명의 신상이 공개된 상태다. 이 사이트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얼굴 사진 △이름 △출생연도 △전화번호 △거주지 등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범죄자 외에도 성범죄자들에게 솜망방이 처벌을 했다는 이유로 판사 10명의 사진과 이름도 공개되어 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 아파트 경비원을 지속적 괴롭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심모(48)씨의 신상도 등록됐다.

디지털 교도소는 7월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에 대해 한국 법원이 미국 송환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A씨는 손씨의 얼굴이 나온 사진 3장과 함께 나이ㆍ출신 학교 등을 공개했다.

해외 도메인 등록기관 조회 결과, 디지털 교도소는 올해 5월 23일 최초로 개설됐다. 이 사이트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한국이 아닌 러시아의 도메인을 사용 중이다.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사촌 동생이 n번방 피해자라는 걸 알고서 눈이 뒤집혔다”며 “해킹을 통해 (성착취물) 판매자와 구매자를 잡기 시작한 것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디지털 교도소는 A씨 외 운영진 1명과 50여명의 배심원으로 구성됐다. 홈페이지의 서버는 동유럽에 기반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교도소는 이미 법원에서 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를 신상 공개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기준을 잡고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혐의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사회적 공분을 촉발시킨 사건의 경우 처벌과 상관없이 신상이 공개되기도 한다. 다만 신상이 공개된 경우라도,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등 반성할 경우 신상 공개가 중단되기도 한다.

현재 대구경찰청은 명예훼손 등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럼에도 디지털 교도소는 경찰 수사와 관계없이 범죄자들의 신상을 계속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A씨는 “경찰 수사는 불가피하지만, 내가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검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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