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4곳 가운데 3곳은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이 없거나 미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들의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영향이다. 실물경제의 극심한 부진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크게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 기업(120곳)의 절반(50.0%)은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답했다. 신규 채용이 아예 없다는 기업도 24.2%였다. 70%가 넘는 기업이 채용 계획이 준비되지 않았거나 채용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
지난 2월 상반기 조사에서는 채용 계획 미수립 기업이 32.5%, 신규 채용이 없다는 기업이 8.8%였다. 올 하반기 신규 채용 시장이 상반기보다 더 악화할 거라고 한경연은 전망했다.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운 대기업(25.8%) 중에서도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22.6%에 불과했다. 대부분(77.4%)은 채용 규모가 작년보다 줄거나 비슷할 거라고 밝혔다.
대졸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이유를 묻자 응답 기업의 69.8%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국내외 경제와 업종 경기 악화를 꼽았다. 유휴인력 증가 등 회사 내부 수요 부족(7.5%)이 뒤를 이었다.
한편 채용 방식에는 뚜렷한 변화가 엿보였다.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 시장에서 비대면(언택트) 채용 도입 증가(27.9%), 수시채용 비중 확대(26.1%), 경력직 채용 강화(20.2%), 인공지능(AI) 활용 신규 채용 확대(13.6%), 4차 산업혁명 분야 채용 증가(6.6%) 등의 변화가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특히 대기업의 과반(54.2%)은 코로나19에 대응해 이미 비대면 채용을 도입했거나(19.2%),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35.0%)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체 응답 기업의 22.5%는 공개채용 없이 수시채용만 100% 활용한다고 답했다. 30.0%는 수시와 공개채용을 병행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시ㆍ공개채용을 병행하는 기업의 공개채용 비중은 평균 28.5%, 수시 비중은 71.5%로 수시 비중이 2.5배 높았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청년 고용시장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산업 활력 제고와 고용 유연성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청년의 실업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