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첫 중거리 슈팅에도 스스로를 경계... "마법처럼 좋아질 수 없어"

입력
2020.09.06 15:30

기성용(32)이 두 경기 연속 교체 출전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는 3,941일 만에 입성한 상암구장에서 전매특허인 중거리슈팅도 선보였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강조하고 욕심부리지 않겠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기성용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1부리그) 2020 19라운드 부산아이파크와의 홈경기에 교체출전해 27분 가량 그라운드를 누볐다. 서울은 이날 부산과 1-1 무승부를 거두며 6승 3무 10패(승점 21)를 기록했다. 10년 10개월여 만에 상암구장을 밟은 기성용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관중이 없어 아쉬웠지만 돌아와 행복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지난 라운드 울산현대와의 맞대결에 나서며 11년 만에 K리그 무대를 밟은 기성용은 이날 2주 연속 교체 출전해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축구 분석 플랫폼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이날 기성용은 수비에도 가담하는 등 경기장 전반을 누비며 14개의 패스를 시도, 13개를 성공시키며 패스 성공률 92.9%를 기록했다. 비록 울산전에서 시도했던 26개의 패스에 절반 정도 되는 수준이지만 정확도(울산전 88.5%)는 더욱 높았다.

이날은 복귀 후 첫 슈팅을 기록하기도 했다. 후반 34분 부산의 프리킥 상황을 잘 막은 서울은 역습을 시도했고, 고요한과 주세종을 거쳐 기성용의 발앞에 공이 떨어졌다. 기성용은 오른발로 강하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으나, 공이 골문 옆으로 벗어나며 아쉽게 득점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기성용은 “울산전보다 컨디션이 좋았다“며 “슛이 들어갔으면 좋았을테지만, 조금씩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드려 앞으로도 더 좋은 패스와 많은 슛을 터트리고 싶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임을 강조했다. 그는 “공식 경기를 치른 지 거의 1년이 됐을 정도로 오래됐다”며 “단 시간에 마법처럼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팀에도, 나에게도 누가 되지 않도록 천천히 하고 싶고 팀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마무리하는 게 목표”라며 “욕심을 비웠고, 지금은 최선을 다하려고만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고요한이 권한 페널티킥 기회도 거절한 기성용은 “스포트라이트가 저에게 집중되는 부분이 조심스럽다”면서 “팀보다 저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쌍용매치에 이어 홈구장 복귀전까지 치른 기성용은 이제 수원삼성과의 ’슈퍼매치’를 앞두고 있다. 그는 “10년 전과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늘 긴장감이 큰 라이벌다운 매치”라며 “무관중 경기라 아쉬움은 있겠지만 슈퍼매치는 선수들과 내게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경기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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