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판매 감소를 겪는 가운데 '파업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실적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사실상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고, 현대ㆍ기아자동차에선 영업직 비정규직 노조의 판매 거부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6일 한국GM 노사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사측과의 추가 교섭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경우 이번 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전체 조합원 7,7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80%에 해당하는 6,225명이 찬성한 바 있다.
노사 양측은 7월 22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7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앞서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정기ㆍ호봉 승급분 제외) △통상임금 400%와 600만원 성과급 지급(1인당 2,200만원 수준) △조립라인수당 500% 인상 △생산장려수당 지급범위 확대 △사무직 승진 예산 확보 등을 포함한 임금 협상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사측은 이를 시행하는 데 1조원이 넘게 드는 만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노조도 2020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결렬하고 파업에 들어갈 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교섭 결렬 및 파업에 대한 결정 권한은 교섭위원들에게 위임됐다. 노조는 교섭 결렬 검토 사유로 사측의 교섭 지연을 꼽고 있다. 반면 사측은 코로나19와 여름휴가 일정으로 교섭을 못한 것 말고는 애초 계획대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임단협 교섭을 결렬하고 파업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오는 9~10일 '민주노총 가입 찬반'과 관련한 조합원 투표를 위해 사전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조는 지난 3월 민주노총 가입을 추진했다가 조합원 반대 여론이 커서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 민주노총과 연대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라는 후문이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매년 여름 파업을 강행해온 생산직 노조가 올해 조용한 반면, 판매 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서울ㆍ경기ㆍ인천ㆍ울산ㆍ경남ㆍ전남ㆍ충남ㆍ충북ㆍ제주 등 100개 대리점, 57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다른 지역 조합원들도 지방노동위 조정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어 파업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일시적으로 판매 거부에 나설 경우 현대ㆍ기아차의 하반기 판매 실적은 곤두박질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노조의 파업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코로나19 위기를 잘 버텼던 업체들이 최근 들어 판매 실적이 줄면서 진짜 위기는 하반기부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3~7월 내수시장에서 매월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그 결과 상반기 국산차 내수 판매는 80만8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하지만 8월 내수 판매(11만1,847대)는 전년 동월 대비 5.6% 줄었다. 6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으로 버텨왔던 자동차 내수 시장이 8월부터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은 예년과 다르게 사측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내수 시장에서 큰 성장을 기록했는데, 파업으로 판매가 줄어들 경우 국내 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부품업계에 더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