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ㆍ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바꾼 NFL 풍경

입력
2020.09.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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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 미국프로풋볼(NFL)이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인종차별 항의시위, 대선 등 일련의 흐름 속에서 '정치적 올바름'이 사실상 전면화하는 분위기다. 달라진 사회상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게 아니라 앞장서 이끌겠다는 NFL의 신선한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3월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으로 퍼지자 9월 NFL 개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시즌이 한창이던 미국프로농구(NBA)는 선수 감염 등으로 중단됐고, 메이저리그(MLB) 개막 역시 한참 지연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NFL은 예정대로 시작한다. 당시에 비해선 코로나19 우려가 줄어들면서다. 다만 경기장 풍경은 확 달라질 전망이다. 먼저 32개 팀별로 관중 입장 여부를 달리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캔사스시티 치프스는 수용 관중의 22%인 1만6,000명에게만 티켓을 발한다. 뉴욕 제츠나 로스앤젤레스 램스 등은 아예 무관중 경기를 치른다.

코로나19 위생 조치도 강화됐다. 예를 들어 선수들이 경기 중 마시는 스폰서 음료수 게토레이도 이 컵 저 컵 마구 사용하던 이전 시즌과 달라졌다. AP통신은 "모든 선수가 개인별로 병을 따로 마련하고 동료 선수와는 공유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제이컵 블레이크 피격 사건도 변화에 일조했다. 지난달 27일 NFL 9개 팀은 경찰의 블레이크 총격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선수들 주도로 훈련을 중단했다. 이번 시즌 모든 경기장 양쪽 끝에는 '인종차별 중단', '우리 모두를 필요로 한다' 구호를 새겨두기로 했다. 로저 구드웰 NFL 커미셔너는 "NFL과 선수, 구단, 팬들은 흑인 사회와 함께 하고 최근의 조직적인 인종차별에 맞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11월 대선과 맞물려 정치 공방도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NFL 팬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견제하고 나섰다. 그는 트위터에 NBA 팀의 인종차별 항의 차원 경기 보이콧을 비난하며 NFL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2016년 대선 당시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콜린 캐퍼닉이 시작한 인종차별 항의 차원의 한쪽 무릎꿇기에 선수들이 동조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악연을 쌓기도 했다.

결국 1억8,700만 NFL 팬들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그들이 NFL의 선택에 등을 돌리고 TV 시청을 중단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줄지, 아니면 '정치적 올바름' 흐름에 동조할지 관심이다. AP는 "코로나19 상황임에도 써브웨이 등 2개 업체가 NFL 스폰서에 새로 합류했다"고 전했다. 자본주의의 첨병 NFL에 기업 광고가 몰리는 건 NFL의 선택이 현재로선 틀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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