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의 입'이 될 日 차기 관방장관은 누구?

입력
2020.09.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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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스가 총리에겐 스가 관방장관이 없어"
발신력 고노, 야당과의 관계 모리야마 주목
사실상 '차기 총리' 이미지에 파벌들도 눈독


"스가 장관은 유력한 '포스트 아베' 후보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은 틀림 없다. 스가 총리에게는 스가 관방장관이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7월 발매된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농담조로 답했지만 '아베 정권의 위기관리인', '아베 정권의 입'이라 불리며 7년 8개월 간 아베 장기정권을 견인해 온 스가 장관의 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오는 14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당선이 확실시되는 스가 장관이 차기 총리로 등극할 경우 자신의 입이 돼 줄 관방장관에 누구를 임명할지 여부가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스가 장관은 4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관방장관이란 직책에 대해 "정보 발신과 국회 대책, 정부 정책 정리 등 전체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관방장관은 사실상 정권 2인자로서 총리의 의중을 파악해 각료와 관료들에게 전달하고, 주요 정책의 실행까지 추동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정부 대변인으로서 매일 두 차례 취재진 앞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대중에게 차기 총리감으로서 인식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현재까지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인사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방위장관과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이다.

당내 2대 파벌인 아소파(54명) 소속인 고노 장관은 트위터와 유튜브를 통해 젊은 유권자들과 적극 소통하는 등 정보 발신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6월 지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도입 중단을 주도하면서 정책 실행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다만 개성이 너무 강해 정부를 대변하고 국회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시하라파(11명) 소속인 모리야마 위원장은 스가 장관과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두터운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스가 장관이 당 총재 선거 출마 의향을 가장 먼저 전한 사람도 니카이 간사장과 모리야마 위원장이었다. 정가에선 아베 정권을 지지해 온 삼각축으로 스가(관저)와 니카이(당), 모리야마(국회)를 꼽는다. 이처럼 모리야마 위원장은 국회에서 야당과의 관계 구축에 정평이 나 있어 안정성을 강조할 경우 적임자로 통한다. 스가 장관은 5일 방송에서 두 사람 중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고민스럽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스가 대세론 형성에 물꼬를 터 '킹 메이커'를 자처한 니카이 간사장(니카이파)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파벌 간 주도권 다툼이 관방장관 인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가 속해 있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8명)에서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장관을 기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파벌인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제산업장관도 거명되고 있다. 그는 스가 장관의 정치적 스승인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静六) 전 관방장관의 장남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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