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점령 시위 이끈 그레이버 교수 별세

입력
2020.09.04 16:53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내걸고 2011년 9월부터 2개월간 울려 퍼졌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를 이끈 데이비드 그레이버 런던정경대(LSE) 인류학과 교수가 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59세.

그레이버 교수의 아내인 니카 두브로브스키는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인 내 남편이자, 친구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어제 베네치아의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머물던 중 몸 상태가 갑작스럽게 악화돼 구급차에 실려 간 것으로 전해졌으며, 아직 구체적인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소득 불평등에 맞서 2011년 9월17일 미국 뉴욕의 주코티 공원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의 시초가 된 모임에 참석, 이후 시위를 주도했다. 이 시위에 ‘탐욕스런 1%에 저항하는 99%의 운동’이란 이름을 붙이고 공식 트위터 계정을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우리가 믿고 있는 민주주의는 가짜”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저서 ‘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를 출판했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 등이 공개적으로 민주주의에 반대한 점을 설명하며 소수가 다중을 대리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2011년 내놓은 저서 ‘부채, 그 첫 5000년’에선 애당초 빚으로 유지되게끔 설계된 자본주의를 고발하기도 했다.

뉴욕 태생으로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그는 예일대 교수로 재직하다가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를 거쳐 LSE 교수로 부임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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