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 인도ㆍ태평양 동맹 동참하라” 연일 압박

입력
2020.09.04 16:06
폼페이오 "中이 미국 뜯어 먹어" 
'쿼드' 이어 대중 견제 동참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연일 중국 견제를 위한 안보 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는 빈도가 늘고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을 지낸 서배스천 고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 견제 전략을 설명하면서 한국을 거론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오랫동안 미국을 “뜯어먹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인정한 첫 대통령”이라며 “배가 방향을 틀기 시작했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노력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합류를 요청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도 미국(전략)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호주, 일본, 한국, 세계 전역의 나라들, 심지어 유럽연합(EU)까지”라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남중국해 등 중국과 치열하게 대립 중인 인도ㆍ태평양지역에서 대중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앞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도 인도ㆍ태평양 역내 전략의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비건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인도ㆍ태평양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ㆍ안보 다이아몬드 구상)를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유럽의 상호방위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를 본 떠 한국과 베트남, 뉴질랜드를 포함한 ‘쿼드 플러스’ 형식의 다자협의체를 출범시킬 것을 주장했다.

우군을 동원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중국도 역내 불안의 근원은 미국이라는 점을 계속 부각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3일 남중국해 관련 국제 세미나 화상연설에서 “미국이 남중국해 평화를 가장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위력 과시용 군사 행동이 남중국해에서 갈수록 잦아지고 그 강도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역내 국가들을 향해서도 미국의 중국 견제 동참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뤄자오후이 부부장은 “미국은 남중국해 국가들에 미중 가운데 택일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이 불안에 빠지면 관련국들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위협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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