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년 전 선거 전략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미 판세가 굳은 각 당의 '안방' 대신 미세한 우위라도 주(州) 대의원을 독식할 수 있는 경합주 공략에 매진하는 것이다. 최근 추격세를 허용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전략을 수정했다. 칩거를 끝냄과 동시에 적극적이고 과감한 공세에다 네거티브 광고전을 곁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에도 경합주 공략에 공을 들였다. 전날 제이컵 블레이크 피격으로 반(反)인종차별 시위가 격화한 위스콘신주 커노샤에 이날 찾은 곳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겨냥해 "이 사람들은 '힘'만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법의 지배를 옹호해야 한다"며 거듭 '법ㆍ질서 수호'를 강조했다. 또 "영웅들을 기리고 역사를 보존하고 미래를 건설한다"는 말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노예제와 연관된 남부동맹 인사들의 상징물을 파괴한 것을 에둘러 비판했다.
바이든 후보를 향해선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로 규정한 뒤 "우리는 큰 문제가 있는 사람들과 맞서고 있다"면서 "그들은 완전히 미쳤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바이든은 전혀 모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이끄는 도시에서 폭력시위가 발생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함으로써 바이든 후보의 국정 운영 능력을 깎아내린 것이다.
바이든 후보에게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진 지난 3월 이후 칩거하다시피 하는 동안 전국 지지도는 여전히 앞서지만 경합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바짝 추격해왔기 때문이다. 에드 렌델 전 펜실베이니아주지사는 "이제는 나가서 대응할 때"라고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보건당국의 우려와 비판여론을 외면하진 않더라도 대국민 스킨십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선 선거 전략에 변화가 엿보인다. 우선 애초 예정보다 일주일 앞선 지난달 31일 경합주이자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현장 유세에 나섰다. 3일엔 커노샤를 찾아 직접 블레이크를 만날 예정이고 이어 미시간주도 찾을 계획이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대대적인 네거티브 광고전이다.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했던 미시간ㆍ펜실베이니아ㆍ위스콘신에선 이미 시작했고, 텃밭이면서도 경고음이 울린 미네소타에선 일주일 당겼다. 조용하고 신중하던 바이든 후보가 공세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해간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