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엔 '장밋빛 미래'만? 낙관 시나리오만 제시한 장기재정전망

입력
2020.09.03 04:30

정부가 2일 내놓은 장기재정전망은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성장 둔화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성장률 하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40년 뒤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현재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정부의 이같은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향후 10년간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해 성장률 보다도 높은 수준이고, 다른 경제전망기관의 전망치와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활용한 통계청의 인구추계에는 인구 감소세가 당초 전망치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내비쳤는데, 재정전망에서는 이 변수는 제외한 채 인구 감소세 둔화 가능성만 분석했다.

향후 10년간 성장률 2.3%, 낙관적?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의 실질성장률이 연 평균 2.3%를 유지하는 경우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81.1%까지 높아진다. 이후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 1.3% △2040년대 0.8% △2050년대 0.5%로 급락한다는 시나리오다.

정부는 성장률 하락폭이 호전됐을 때는 국가채무비율이 64.5%로 낮아지는 데, 이 경우 2020년대 성장률은 3.1%, 이후에도 △2030년대 2.1% △2040년대 1.6% △2050년대 1.3%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KDI의 향후 10년간 성장률 전망치는 당장 지난해 우리나라의 성장률(2.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국내외 경제전망기관이 앞서 내놓은 전망치와도 차이가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1~2015년 잠재성장률은 2.1%, 2026~2030년 잠재성장률은 1.9%로 KDI 전망보다 낮게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2018년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2020년대 잠재성장률을 KDI보다 낮은 2.2%로 전망했다. 다만 IMF는 그 이후는 △2030년대 1.9% △2040년대 1.5% △2050년대 1.2%로 KDI의 ‘성장률 하락폭 둔화’ 시나리오와 비슷하게 내다봤다.

나주범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은 “경제가 선진화 될수록 기술발전, 산업 고부가가치화 등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성장 대응이 낙관적이라기 보다는 정부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세 ‘호전’ 가능성만 분석

정부가 재정 전망에 활용한 인구 시나리오는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 중 ‘중위’와 ‘고위’ 두 가지다. 정부는 인구 감소세가 둔화하는 고위 시나리오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79.7%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보면 정부가 재정전망에 활용한 시나리오 외에 2060년 총 인구 3,801만명, 생산연령인구 1,794만명인 ‘저위’시나리오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예상한 기본 전망보다 총 인구 483만명, 생산연령인구는 264만명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인구가 더 감소하면 이에 따른 생산능력 둔화로 기본 전망치 보다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지고, 그만큼 국가채무 비율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전망에서는 이 시나리오는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거나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구정책을 펼친다는 의미로 ‘고위’ 시나리오를 분석했다는 설명이다. 나 국장은 “고령인구가 생산연령인구에 포함될 수도 있고, 그 사이 출산율 인식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