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석원’ 교란 행위 막되 거래 위축 안 되게

입력
2020.09.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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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불법 교란을 단속하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이 국토교통부 산하 기구로 내년 초 출범한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따른 조치다. 처음에는 금융감독원처럼 정부 외부 기구가 검토됐으나, 민간기관이 될 경우 인력과 조직 비대화 등의 우려가 제기돼 정부 내 조직으로 운영키로 했다.

현재 임시조직으로 운영 중인 국토부 산하 ‘부동산거래 불법행위 대응반’은 국세청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의 파견인력 7명을 포함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신설 분석원은 대응반이 맡고 있는 실거래 조사와 불법 행위 단속과 함께 부동산 거래 정보 분석 기능이 더해지며 인원도 5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안에 ‘부동산 교란 행위 단속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분석원에 부동산 거래 관련 계좌 정보와 납세 정보 조회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2% 남짓에 불과한 주택 거래 중 비정상 의심 거래 적발 건수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은 공급이 제한된 특수한 시장이며, 국민 주거권 보호 등 공공성도 강하기 때문에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투기 세력이 정부 규제를 번번이 무력화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상시적 시장 감시 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석원에 금감원과 국세청 권한이 집중되면 감시 권한이 과도하게 강화돼 일상적 부동산 거래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과도한 규제는 거래 위축을 초래해 그 피해가 실수요자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분석원이 효율적인 분석 및 단속 권한을 가지되, 조직 비대화를 경계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석원이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의심 부동산 거래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의 보완책을 마련해 시장의 우려를 최소화해야 한다. 분석원의 궁극적 목표는 ‘투기 세력 척결’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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