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또 다시 불거졌다. 지난해 건강검진 당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통령직 승계를 준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대선 맞상대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언행 실수 등을 문제 삼아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 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가짜뉴스"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미국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둔 마이클 슈미트 뉴욕타임스(NYT) 기자의 신간 일부를 입수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갑작스레 메릴랜드주(州) 월터리드 군 의료센터를 찾은 비화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취가 필요한 과정을 밟을 가능성에 대비해 임시로 대통령직을 맡을 수 있도록 대기 상태에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곳에서 정기 검진을 받아 왔지만 당시 방문은 사전 공지 없이 이뤄졌다. 당시에 백악관은 "대통령이 대선 일정으로 바쁜 2020년을 앞두고 여유 시간을 이용해 정기 검진의 일부를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보도에 발끈했다. 그는 트위터에 "이제 그들은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인 내가 일련의 가벼운 뇌졸중을 겪어 월터리드에 갔었다고 말하려 한다"면서 "가짜뉴스"라고 썼다. 그러면서 "절대 끝이 없다"는 말로 주류 언론에 대한 강한 반감을 재차 드러냈다.
하지만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의혹을 더 키웠다"고 분석했다. 직전까지 주요 언론사나 민주당 등 어느 곳에서도 '뇌졸중'을 언급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뇌졸중인데 국민에게 숨기고 있느냐'는 조 록하트 CNN 정치분석가의 트윗이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지난 6월에도 한 차례 논란이 됐다.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물컵을 들어올리고 계단을 내려갈 때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면서다. 이날 그의 건강 이상설이 다시 불거진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근 사의 표명과 맞물려 확대해석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베 총리 측도 처음엔 언론의 건강 이상설 보도를 부인했지만 결국 건강 문제로 물러났다는 점에서다.
사실 건강 문제는 역대 최고령 대선후보인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도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특히 이를 문제삼아 온 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층이었다. CNN은 칼럼을 통해 "트럼프는 증거 없이 바이든의 정신건강을 반복적으로 문제삼아 왔다"면서 "트럼프가 자신의 건강을 전략적 우위로 삼고자 한다면 본인의 상태에 대해 명확한 설명부터 해야 공정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