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트럼프가 오늘 여기 커노샤에 왔는지 안다. 혼란을 야기하고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이런 시도를 거부한다.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증가하는 실업률 같은 국정 실패로부터 (유권자의) 관심을 돌리려 한다."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문한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에서 인종차별 항의 집회에 참석 중이던 타냐 맥클레인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말했다. 비무장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가 지난달 23일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백인 경찰관이 쏜 7발의 총탄을 등에 맞고 쓰러진 바로 그 자리였다. 항의의 격렬함은 다소 잦아들었지만 시위는 연일 이어지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논란의 도시 커노샤 방문을 강행함으로써 되레 인종차별 시위를 이슈화하고 있다. 시위의 폭력성, 법 집행의 중요성 등을 부각해 안전 희구 백인 중도층을 끌어안겠다는 시도다.
이날 방문 동선도 철저히 '법ㆍ질서' 강조 전략에 맞춰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의시위 와중에 불탄 109년 된 가구점을 둘러보고, 경찰과 주방위군을 만났다. 하지만 블레이크의 가족을 위로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블레이크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 인사들을 만나 "평화적인 시위가 아니라 진짜 '국내 테러'"라고 주장했다. '많은 시위가 평화적'이라는 기자 질문에 그는 "대부분 평화적이지 않은 시위"라고 반박했다. "경찰에 조직적인 인종차별주의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도 했다. 동시에 민주당 주지사와 시장 등을 싸잡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커노샤 방문 노림수는 크게 두 가지다. 인종차별 항의시위 격화에 불안해하는 대도시 교외 중산층의 표를 끌어안는 것과 함께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코로나19 실정 공세 프레임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대선 최대 경합주 중 한 곳인 위스콘신을 직접 찾은 것도 현지 유권자와의 스킨십 확보 차원에서 중요했다.
이번 방문을 전후해 바이든 후보의 우세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 기준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6월 23일 10.2%포인트에서 8월 31일 6.4%포인트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미국의 유명 투자은행 JP모건의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과거 연구에 따르면 시위에 대한 인식이 평화에서 폭력으로 전환될 경우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유권자가 5~10%포인트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격렬해질 경우 유권자가 공화당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앞지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정확히 트럼프가 원하는 시나리오다.
바이든 후보 진영도 바빠졌다. 톰 페레즈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가능한 한 빨리 커노샤를 안정시키기 위해 바이든 후보가 현지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폭력시위와의 거리두기도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 국토안보부 장관 출신인 자넷 나폴리타노는 "바이든 후보는 폭력을 선동하기 위해 그 곳을 찾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