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이흥구(57ㆍ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 후보자(부산고법 부장판사)가 “국보법 구속 경험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약자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자신을 둘러싼 정치적 편향 논란을 일축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는 “신군부가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시민에게 발포한 것에 큰 충격을 받고 학생운동에 참여했고,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 82학번으로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받았다가 1987년 6ㆍ29 선언에 따른 특별사면으로 학교에 재입학해 사법시험에 합격, 1993년 법관으로 임관했다.
그는 “당시 구속돼 강압 수사를 받으면서 피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재판이 얼마나 위험한 지 깨달았다”며 “이런 경험으로 오히려 사회적 약자의 삶을 더 잘 이해하게 되어 (법관 임관 후) 편견 없는 재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진보 색채를 가진 법원 내 단체인 우리법연구회의 회원이었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는 재판의 독립과 바람직한 재판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술모임”이라며 “공정하고 정성을 다하는 재판을 위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후보자는 △한센병 환자 집단 거주지 철거 소송 △국민보도연맹 재심 결정 △수면내시경 시술 환자 낙상 등 자신이 맡았던 사건들을 언급하며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고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는 것이 법원의 책무이고, 다수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헌법상 권리는 지켜주자는 신념으로 재판에 임해 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지난달 31일 예정돼 있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날로 미뤄졌다. 야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이력이나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