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서 족발 가게를 운영 중인 이모(61)씨는 요즘 배달만 생각하면 기가 막히다고 했다.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에 항의는 고사하고 오히려 눈치를 봐야 할 판이다. 지난 달 31일 배달대행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2,800원에서 3,400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거부할 형편이 아니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홀 손님은 아예 없으니 당분간은 배달로만 먹고 살아야 하는데, 이것저것 떼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목숨 내놓고 장사하는 사람들 등골까지 빼 먹는 세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배달수수료 인상에 속만 태우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몇몇 배달대행 업체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달수수료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체들은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으로 배달 주문이 폭증해 배달원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배달원 품귀 현상이 심해진 탓에 배달수수료 인상으로 이들의 수익을 올려줘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배달수수료는 보통 3,000원 안팎의 기본요금에 거리에 따라 추가요금이 주어진다. 1km를 넘어가면 100m당 100원씩 오르는 식이다. 우천이나 야간 상황에선 500원 안팎의 수수료가 추가된다. 한 번 배달에 지출되는 배달수수료만 6,000~7,000원이다. 여기에 상인들은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 주문대행 응용 소프트웨어(앱) 업체에 광고료나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음식값의 6~12%를 또 줘야 한다. 각종 수수료에 인건비,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족발 한 접시나 치킨 한 마리 팔아봐야 손해 보는 경우도 나온다. "재주는 곰(상인)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대행업체)이 챙긴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다.
수수료 때문에 배달을 거부하기도 힘들다. 골라서 배달 받는다고 고객들에게 낙인이라도 찍히면 장사를 완전히 접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 부담이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배달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원래 무료였던 배달비를 어제부터 2,000원씩 받는다"며 "손해 보고 장사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배달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배달대행 스타트업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수수료를 높이면 단기간에 이득이어도 고객에게 피해가 가고 업계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전국 65만 소상공인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8월 마지막 주(24~30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 지수는 0.75를 기록했다. 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코로나19 1차 확산이 본격화했던 2월 마지막 주(2월 24일~3월 1일ㆍ0.7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서울 지역 소상공인 매출 지수는 0.68로 전국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상인들이 영업중지, 판매금지 등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영업 손실 보상에 준하는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