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핫한 캠핑 명소? 알고보니 '사용중지' 패러글라이딩장이었다

입력
2020.09.07 17:40
'출입금지' 푯말에 차량 진입 못해도 등산해 캠핑 
사전문의 연락처는 권한없는 패러글라이딩협회
SNS엔 사진ㆍ동영상 줄줄이...무단 취사도

경북 포항시 곤륜산 활공장이 시설물 사용중지로 출입이 금지됐는데도 캠핑장으로 활용되고 있어 말썽이다. 포항시는 북구 칠포리 이 활공장에 잠금 장치까지 달아 출입을 제한하면서도 사전허락을 묻는 연락처로 포항 패러글라이딩협회 번호를 안내, 협회 동의를 받아 캠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포항시는 올 6월부터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이용을 금지했다. 시가 지난해 패러글라이딩 대회를 앞두고 3억8,000만원을 들여 활공장을 조성했지만 당초 계획과 다른 곳에 진입로가 닦이고 대회 보조금 횡령 의혹이 일어 사용을 중지한 것이다.

시는 바리케이드에 잠금장치까지 달아 출입을 막았지만, 캠핑족들은 산 아래 입구에 차량을 두고 배낭을 메고 걸어 올라가 인조잔디 위에 텐트를 치고 있다. 이는 시가 출입금지 안내판에 사전허락을 받아야 하는 연락처로 여전히 패러글라이딩 협회 연락처를 기재, 일부는 협회 동의를 얻어 캠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곤륜산'이란 단어를 치자 산 정상 활공장에서 캠핑을 하며 찍은 사진과 동영상 수십 개가 올라왔다. 대부분 친구나 연인끼리 캠핑 의자에 앉아 산 아래 펼쳐지는 동해를 감상하는 모습이나 밤중에 텐트를 쳐놓고 야경을 보는 모습, 테이블에 음식을 차려놓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여기다 밥을 짓거나 고기를 구워 먹는 등 무단 취사까지 빈번하게 이뤄졌다.

포항 패러글라이딩협회는 안내판에 '모든 안전사고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알려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 패러글라이딩협회 관계자는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배낭을 메고 걸어서 산을 올라간다고 해서 허락해줬다"며 "사고 발생 시 민ㆍ형사상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했기 때문에 협회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곤륜산 정상에는 축구장보다 조금 작은 5,550㎡ 부지에 패러글라이더를 메고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수 있는 활공장이 조성돼 있다. 나무를 베고 인조잔디를 깔아 사방이 뚫려 있으며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제외하고는 낭떠러지다. 강풍 등 사고 위험이 있어 패러글라이딩을 할 때도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 산 정상 안내문에도 '경사가 급하고 낙석 등의 위험이 있어 관계자 외 출입을 금한다'고 되어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산 곳곳에 감시 인력을 둘 수도 없는 일이라 제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권한이 없는 협회 연락처를 남겨 놓은 것은 고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