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두 번은 아침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저녁 6시까지 36시간을 연이어서 코로나19 환자를 돌봅니다. 새벽녘에 잠시 눈을 붙이지만 이러다가 자칫 집중력이 떨어져 환자에게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환자는 몰려오지만 중환자실이 가득 차서 더 받을 수도 없어요.”
서울의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친 목소리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 현장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코로나19 방역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한 때 ‘K방역’으로 불릴 정도로 방역 모범국이었던 우리나라는 경계심이 느슨해지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일일 확진자가 19일째 200명을 웃돌고 있다. 첫 확진자 발생 225일만인 9월1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위중하거나 중증인 환자가 104명으로, 2주 전보다 11.6배나 급증했다.
위중 환자는 호흡하기 어려워 인공호흡기를 쓰거나 인공심폐장치인 에크모(ECMO)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를 뜻한다. 중증 환자는 자가 호흡은 가능하지만 폐렴 등으로 산소 치료가 필요한 환자다.
당장 서울의 주요 대학병원들은 위중ㆍ중증 환자를 수용할 병상이 부족해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서 위중ㆍ중증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은 9개에 불과하다. “위중ㆍ중증 환자가 100명을 넘으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것”이라는 대한중환자의학회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 면역력이 떨어지는 가을이라 다른 바이러스 감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ㆍ두 가지 팬데믹이 동시에 오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트윈데믹이 발생하면 코로나19와 독감 환자가 뒤섞이거나 두 바이러스에 동시 감염된 사람까지 생기면서 의료체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역당국은 “위중ㆍ중증 환자 병상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인력 확충에 나섰지만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중ㆍ중증 환자 병상은 하루 이틀 만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위중ㆍ중증 환자 병상 20개를 운영하려면 의사는 최소한 16명, 간호사는 그 10배인 160명이 필요하다. 또 인공호흡기와 에크모 등을 갖추는 데에만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서울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했다. 서울시는 밤 9시 이후 시내버스 운행을 20% 감축하면서 이번 주를 ‘천만시민 멈춤 주간'으로 정해 대대적인 생활방역에 나섰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이런 ‘어정쩡한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반신반의한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등은 “거리 두기를 빨리 3단계로 올려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거리 두기 기준이 들쭉날쭉하고 빈틈이 많아, 터지는 둑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굵고 짧은’ 거리 두기 3단계 조치를 빨리 시행해야 귀중한 생명과 풍전등화 격인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끝이 보이는 고통은 아무리 심해도 참을 수 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은 약해도 정말 견디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