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하기로 한 `재정준칙`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엄격한 재정준칙을 마련할 경우, 당장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고 `느슨한` 재정준칙을 내놓자니 재정당국 역할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각종 재정 관련 목표를 담은 재정준칙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재정준칙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재정준칙 도입에 신중해 달라`는 의사를 표하자 발표 시기를 다소 미룬 상태다.
당초 재정준칙 도입은 기재부의 장기 추진과제 중 하나였다. 기재부는 저출산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세입 규모는 갈수록 줄지만, 복지 예산 지출 등은 갈수록 느는 것을 우려해 한국 상황에 맞는 재정준칙을 도입을 꾸준히 검토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1~3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국가 채무가 급격히 늘어나자, 재정준칙 도입 문제가 기재부의 자체 추진과제에서 정치권 이슈로 비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확대에 반대하는 야당은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의원입법을 통해서라도 별도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반대로 여당은 "재정준칙 도입을 철회하라"라고 기재부를 압박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재정준칙 도입은 재정 운용의 경직성을 심화시킨다"며 "기재부는 도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여야 사이에 낀 기재부는 정치권 움직임과 상관없이 이달 중에는 재정준칙을 도입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책 파트너인 여당이 재정준칙 도입에 부정적이라, 법적 구속력이나 실행 방안까지 담긴 엄격한 기준의 재정준칙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가진 내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재정준칙은 어떤 형태로든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극단적인 위기로 재정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될 상황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등 유연성을 보강해 준칙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