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전한데… '방역'보다 '소비'에 무게 둔 내년 예산

입력
2020.09.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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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일 공개한 '2021년 예산안'의 기본 방향은 ‘코로나 방역 토대 위에 빠르고 강한 경제 반등’이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내년 예산안은 방역보다 내수 개선에 무게가 실려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내년에는 잦아든다는 전제로 짜여졌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K-방역’ 관련 예산은 올해 1조2,000억원에서 내년 1조8,000억원으로 6,00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이 중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한 방역시스템 보강 예산( 6,307억원)은 올해보다 99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방역 예산이 국민 기대보다 적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미 올해 추가경정예산과 예비비를 통해 2조9,000억원을 투입했다”며 “내년에는 올해 구축한 인프라와 비축물자 중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와 관광 등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예산은 훨씬 큰 폭(7,000억→2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외식이나 여행 등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바우처ㆍ쿠폰 예산도 올해(1,893억원)의 2.6배 수준(4,906억원)으로 편성됐다. 지역사랑ㆍ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배 이상(3,034억→1조3,271억원) 늘려 발행액을 올해 5조5,000억원(본예산 기준)에서 내년 18조원까지 확대한다.

하지만 상품권, 쿠폰은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쓰여지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자칫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 사용하기 힘들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 재확산을 계기로 일부 소비 쿠폰 배포를 연기하기도 했다. 안일환 기재부 제2차관은 “내년 상황을 고려해 예산에 반영했는데, 실제 집행 시기는 코로나 확산 등을 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올해보다 500억원 늘린 ‘코리아 토탈 관광 패키지’ 사업 예산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야 빛을 볼 수 있다.

예산을 편성하는 각 부처의 입장에서는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변수를 고려하기 보다는 내년 경제와 방역 상황이 정상이라는 것을 가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내년 상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도 우선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재정도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지만, 일년마다 예산을 편성하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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